요새 여기저기서 역사교육이 화두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역사교육 강화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6.25가 발발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 청소년들이 북침이라고 답한 것을 질책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북침’이라는 용어는 남에서 북을 침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북에서 남을 침략했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답변을 남에서 북을 침략했다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해서 잘못된 역사교육의 표본처럼 이야기가 꼬여버렸다. 이 사안은 지난 정권 지속적으로 시도되었던 한국교육이 좌경화되고 있다고 현재의 역사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뉴라이트계열의 역사인식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보여주었다.

일본에서 반한 데모가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연초부터 이 지역에 주말마다 “한국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슬로건을 든 이른바 우익단체들이 모여들어 집회를 열고 있다. 반한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는 재특회, 재일한국인들의 특혜를 반대하는 모임이다. 이름이 뜻하는 대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특혜가 못마땅하다 못해, 재일조선인들을 일본에서 살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폭력을 가하는 단체들이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한일 과거사 관련한 집회시 참석해서 소란을 피우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스피커로 반대집회를 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심할 경우 폭력성까지 동원한다. 재특회가 주도하는 이 반한데모를 보다 못한 일본의 변호사들,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반한데모를 그만두라는 집회까지 열고 있다.

한국에서 새로운 여론집단으로 등장한 층이 일베다. 일베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일간베스트의 줄임말이다. 일간베스트의 상당수가 중고등학생들로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우익적이다. 요새 각 학교에는 학급별로 일베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2-3명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일베는 지난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거의 막말 수준인 ‘홍어’에 빗대어 폄하하는 발언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80년대부터 불러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몇 년째 허락하지 않아 기념식장에서 청중들이 부를 수가 없었으며, 일베들의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발언까지 겹쳐져 당사자들은 가슴아파했다. 문제는 일베의 구성원들의 상당수가 중고등학생이라고 하니, 일부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이 편향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러나 역사교육의 강화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시간보다 어떤 역사관이냐이다. 일베처럼 극단적으로 한쪽만을 생각하는(희생자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인간상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간다면 더 큰일이다. 재특회가 꼭 일본에만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재특회에게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 내부에 ‘공감조절 기능’을 상실한, 나/우리/우리나라만 강조하는 역사인식을 강조한다면 그야말로 소통부재의 역사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교육은 나와 우리, 우리나라와 이웃나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세계와 소통하고 싶다는 청년을 만났는데,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 속의 한류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적 다리역할을 선택했다. 그러기 위해 한국 고전인 심청전을 알기 쉽게 각색하여 공연하고, 한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또 세계의 문화를 알기 위해 공부하고 직접 찾아간다. 당장 그에는 돈은 없지만 꿈이 있고 열정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사랑하지만 세계의 역사를 알고 싶고 공부하고 함께 나누고 싶다는 비전이 있다. 아마도 몇 년이 지나고 다시 그 청년을 만나면 그는 분명 글로벌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데 의심이 없다. 우리의 역사교육강화는 바로 이런 청년들, 우리나라의 역사와 가치에만 갇히지 않고 이웃나라와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