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난민 문제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터키의 한 해변에서 인형처럼 작은 남자 아이가 해변 모래밭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로 발견된 이후의 일입니다.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민병대 간의 처절한 전투 때문에 고향에서는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쿠르디 가족은 캐나다로의 이민을 위해 고향인 시리아의 코바니를 탈출한 후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벌어진 일입니다.

밀려오는 파도가 창백한 얼굴과 작은 몸뚱이를 끊임없이 적시는 3살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처연한 주검, 이 사진 한 장이 세계인을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습니다. 그리고 여론의 압박을 받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가 난민문제에 대해 관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신앙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또 나와 같은 존재에 대해서 신앙인으로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를 성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그의 편지에서 독자를 향해 “나그네와 거류민 같은 여러분”이라고 호칭하여 거류민이 기독교인의 정체성 중 하나임을 밝힙니다. 거류민이란 ‘남의 나라 영토에 머물러 사는 사람’을 말하고, 또 난민은 ‘인종이나 종교, 국적이나 정치적인 박해를 피해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난민은 거류민 중에서도 처지가 더 딱한 거류민을 의미한다는 말입니다.

예언자 에스겔은 거류민에 대한 신앙인의 태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거류민들을 본토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족속과 똑같이 여겨라. 그들도 이스라엘 지파들 가운데 끼어서 제비를 뽑아 유산을 받아야 한다. 거류민에게는 그들이 함께 살고 있는 그 지파에서 땅을 유산으로 떼어 주어야 한다. 나 주 하나님의 말이다.” 난민을 나와 똑같은 존재로 여기고, 그들도 내가 누리는 행복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박경양 평화의교회 담임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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