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슬플 땐 웃어요

(지난호에 이어)
‘방글방글 웃는 계란’ 멘트가 골목으로 다가온다.
우리 아빠가 집에 돌아오시는 소리다.
‘아빠, 나 얼굴에 고름 낀 거 치료 끝나면 보청기 해야 한대요.’
아빠에게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보청기가 한두 푼 하는 게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계란 팔아서 해결하기엔 어림 반 푼도 안 될 것이다. 비싼 보청기를 사기도 힘들고, 산다고 해도 그것을 끼면 아이들이 놀릴까봐 그게 더 걱정이 된다.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그런데 내 생각을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슬프다. 그럴 때마다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때 나는 자꾸 웃는다. 환하게.

아빠한테 지역아동센터를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왜 그러는데?”
아빠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처음에는 무척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학교 성적도 올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없어요. 하기 싫은 프로그램도 억지로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학교성적도 떨어져요.”
아빠는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나는 센터를 당분간 쉬고 병원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첫눈이 내렸다.
첫 눈 치고는 참 푸짐하게 내린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이선아! 몸은 좀 괜찮아졌니? 기쁜 소식이 있어. 전국글쓰기대회에서 상 받는다더라.”
원장선생님이시다.
“네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마 전 ‘꿈이 있는 아이가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었다.
나는 독서 선생님 말씀대로 내 이야기를 솔직히 썼다.
나는 꿈을 생각지도 못하고 살다가, 여름방학 때 센터에서 캠프 가서 언니들과 하루 밤을 자면서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때 방송 댄스를 배우며 춤과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한 언니가 토요일마다 오디션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아직 거기까진 아닌 것 같아 거절했다. 아직 열두 살이니까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고 아직은 내 재능을 찾아가는 출발점이니까.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아프고 모든 게 귀찮고 짜증이 났는데, 상을 받는다는 전화를 받으니 갑자기 기운이 쑥 솟아났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에다 배꼽 인사를 했다.
나는 춤 노래에도 소질이 있고 글쓰기에도 아마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아싸!”
소리를 치며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첫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