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어느 날 알을 낳았던 것이다. 하얀 알 두 개.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직경이 1 센티미터쯤 될까. 두 마리의 엄마 새와 아빠 새는 번갈아 알을 품었다. 자세히 보니 둥우리 안에는 도톰하게 보금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둥우리에서 지푸라기를 뜯어 깔고, 먹이로 넣어준 상추 이파리 마른 것도 물어다 깔고 있었다. 둥우리에 난 작은 틈을 제 똥으로 일일이 막아놓은 것도 볼 수 있었다. 모르는 사이 새끼를 깔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이다.
경일이와 경완이는 매일 새둥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경완이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새 새끼다, 새 새끼!”
“어이구, 이 녀석아, 새가 새끼를 깠구나 하고 점잖게 좀 외쳐라.”
경일이는 그러나 새둥지를 들여다보는 경완이를 밀치고 새 새끼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엄마, 새 새끼야, 새 새끼!”
그 작은 알속에서 새끼 새가 나오다니, 엄마도 아빠도 신기해 하셨다. 털도 없는 새끼새, 그것은 무슨 벌레같이 움직였다. 목이 바늘같이 가늘었다. 다리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미 새는 아기 새를 여간 정성스럽게 품는 게 아니었다. 목욕을 하고 깃을 말린 다음 좁쌀을 쪼아 씹었다. 상추 이파리와 계란 껍질도 함께 씹어서 보드랍게 했다. 잘게 씹어 보드라와진 먹이를 새끼 새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새끼 새는 자라면서 어미를 알아보았다. 짹짹거리는 소리도 낼 수 있게 됐다. 움직이는 모습도 활발했다. 짹짹거리는 소리를 듣고 들여다보면, 먹이를 먹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새끼 새가 입을 벌리면 어미 새가 씹은 먹이를 넣어주는 것이었다.
그 무렵 천군사에서 만난 경일이 아빠와 민영이 아빠도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그 작은 것이 알을 낳고, 그 작은 알속에서 새끼 새가 나와서 자라고 있으니… 무엇보다도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은 일품이란 말야….”
아빠가 말씀하셨다.
“경일이가 잉꼬를 기르고 싶다고 했다더군. 장 교수 자네까지 새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는 걸 보니 이제 잉꼬 한 쌍을 보내줄 때가 됐군.”
민영이 아빠가 말씀하셨다.
“잉꼬라구 ?”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래, 그런데 잉꼬는 잉꼬 새끼밖에 못 키우지. 주둥이 모양이 달라서 다른 새끼에게는 먹이를 넣어줄 수 없기 때문이야.”
민영이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하, 입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군.”
“그래, 맞았어.”
“여하튼 김 국장. 자네 부인 덕택으로 난 하나님의 오묘한 솜씨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어.”
아빠가 말씀하셨다.
“새끼 새한테서 하나님을 보았다, 이거지? 놀라운 깨달음이군….”
민영이 아빠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빠도 따라 웃으셨다. 그리고 며칠 후에 잉꼬 한 쌍이 왔다. 민영이가 잉꼬 새장을 들고 왔던 것이다.
잉꼬는 정말 부리 모양이 십자매와 달랐다. 아랫부리는 작고, 윗부리는 크고 꼬부라져서 매부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