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아기 새 말야. 십자매 새끼...”
경완이가 말했다.
“아, 날아간 새 말이지? 새야 날개가 있으니까 날아다니겠지. 어서 빵이나 먹어.” 삼촌이 말했다.
“아기 새가 굶어 죽은 것은 아닐까? 겨우 모이를 쪼아먹게 자랐을 뿐인데, 먹이를 찾을 수 있을까?”
경완이가 말했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살아가게 돼 있는 거야.”
삼촌이 말했다.
“아니야, 아기 새는 너무 어려. 먹이통에 넣어준 좁쌀을 겨우 쪼아먹을 수 있었단 말야. 삼촌, 빨리 집에 가 보자. 아기 새가 어미 새를 찾아왔을지도 모른단 말야. 새장을 베란다에 내놨거든? 삼촌, 빨리 가 보자.”
경완이가 먹다 만 빵 조각을 접시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 녀석 참, 되게 보채는군.”
삼촌이 말했다. 전동차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완이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더운 줄도 몰랐다. 아기 새 생각만 꼬리를 물었다. 아기 새가 날아가다가 날개가 아파서, 그만 곤두박질치듯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곧 정신을 차려 어미 새가 갇힌 새장으로 찾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완이는 마음이 급했다.
“삼촌, 빨리 집에 가자.”
경완이가 말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몸뚱이가 엄청나게 큰 아저씨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다 잤니? 다 왔다. 내리자.”
삼촌이 말했다.
“삼촌, 빨리 집에 가자. 택시 타자.”
경완이가 다시 말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그러나 아파트의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경완이는 두 발을 동동 굴렀다.
“틀림없이 아기 새가 어미를 찾아 돌아 왔을 거야. 그런데 새장 문이 닫혀 있으니 못 들어가는 거야. 다시 날아가고 말 거야. 그리고 굶어 죽고 말 거야.”
경완이는 현관문을 발길로 차며 울먹였다.
“경완아, 삼촌과 함께 아기 새를 찾으러 가자.”
삼촌이 경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기 새가 어디 있는데?”
경완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 따라와, 천군사 뒤 숲에 가면 새들의 나라가 있어.”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가게에 들러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샀다. 그리고 경완이 손을 잡고 걸었다.
“형이야, 저기 천군사 돌계단에 형이 앉아 있어.”
경완이가 말했다.
“너도 아기 새 생각하고 있는 거니?”
삼촌이 경일이에게 물었다.
“…….”
경일이가 잠자코 일어섰다.
“혹시 아기 새 오지 않았어? 형이 문 잠그고 나왔지?”
경완이가 물었다.
“…….”
경일이는 잠자코 서 있었다. 삼촌이 경일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언덕길을 올랐다. 싱그러운 풀냄새, 숲 그늘은 시원했다. 새 소리도 들렸다. 매미도 울었다. 약수터에는 너덧 명의 노인들이 쉬고 있었다. 약수터의 빈 의자도 놔두고 삼촌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나뭇잎이 쌓여서 썩은 흙이 푹푹 빠졌다.
“삼촌, 저게 뭐야?”
경일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온통 몸뚱이가 하얀 나무가 서 있었다. 경완이가 먼저 달려갔다.
“나비야, 나비!”
경완이가 소리쳤다.
커다란 나무 하나를 온통 나비 떼가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하얀 나무였다. 나비 위에 나비, 나비 날개 위에 나비 날개, 숲 속의 커다란 나무껍질을 온통 흰 나방들이 뒤덮고 있었다.
“여기 앉자.”
삼촌이 말했다.
경완이는 그대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