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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은 변소 옆에 있었습니다.
변소라지만 잿간을 겸하고 있습니다. 연탄을 때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스를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볏짚을 때서 여물을 삶고, 밥도 짓고 국도 끓이기 때문에 재가 생깁니다. 그것을 모았다가 논이나 밭에 내다 거름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변소도 그렇습니다. 수세식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좌변식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용변을 받아 모았다가 거름으로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커다란 독이 하나 묻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변소 문에는 화장실이라거나 WC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싸리를 엮어 만든 사립짝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그저 뒷간이라는 게 적절합니다.
잿간과 뒷간을 겸한 원두막 같은 작은 집입니다. 그 옆에 닭장은 붙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그 닭장 안에서 잠을 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은 아직 어렸으므로 닭장에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알록이 병아리들과 노랑이 병아리들이 얼룩이 어미닭과 함께 짚바구니 속에서 잠을 자는 것입니다.
알록이 병아리들은 어미닭이 알을 품어 깐 것이고, 노랑이 병아리들은 도시의 부화장 기계가 깐 것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친구가 되어 얼룩이 어미닭 품안에서 잠을 잡니다.
쥐 한 마리가 어둠 속에 나타났습니다. 작은 눈을 반짝이며 뾰족한 주둥이로 냄새를 맡는 모양입니다.
콧구멍이 아마 주둥이 끝에 뚫려 있나 봅니다.
“저놈의 서생원이 뭣하러 왔노.”
얼룩이 어미닭이 짚바구니를 콕 쪼아 보이며 말했습니다. 쥐는 수염을 흔들며 긴 꼬리를 끌고 뒷간 쪽으로 갔습니다.
“저놈의 서생원…….”
어미닭이 혀를 찹니다.
“얘들아, 서생원 알지?”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찍찍이 말야, 엄마?”
알록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저놈의 찍찍이가 얼마나 능글맞은지 아니? 저놈이 말야, 살금살금 기어와서는 우리네 밥통을 살살 간지럽힌단다. 그러면 재미있어서 가만히 있잖겠니?”
어미닭이 알록이의 가슴을 부리로 간질이며 말했습니다.
“아이 가려워, 더 긁어줘, 엄마.”
알록이가 몸뚱이를 배배 꼬며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이녀석 좀 봐라. 그렇게 재미있어서 몸을 배배꼬는 사이 밥통을 긁어 파서 구멍을 뚫는다니까……. 그리고 창자를 빼먹는거야, 저놈의 서생원이 말야.”
어미닭이 알록이의 머리통에 꿀밤을 먹이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노랑이가 기겁을 해서 어미닭 품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오냐, 오냐, 너희들은 기계 속에서 태어났으니 더구나 아는 것이 없지. 시골에서 자라노라면 많은 것을 알게 된단다. 어서 자라서 알도 낳고, 낳은 알을 품어서 새끼를 까 봐야지. 그래야만 세상을 다 알게 된단다. 어서 자거라. 밤이 깊었구나…….”
어미닭이 날개 깃을 다독거려 알록이들과 노랑이들을 모두 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깃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달빛 깔린 마당을 내다봅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으러 살금살금 기어 다닙니다. 마루 밑에서는 삽살개가 잠을 잡니다. 외양간에는 어미소가 밤 새워 되새김질을 하나 봅니다. 이따금 목에 달린 쇠방울 소리가 울립니다. 그 옆에 송아지가 엎드려 있습니다.
주인집 안방에 불이 켜집니다.
방문이 열리며 아이가 비틀거리며 나왔습니다. 마루 끝에 나서더니 오줌을 갈깁니다. 오줌발이 포물선을 그리며 달빛 깔린 마당에 떨어집니다. 오줌 방울이 달빛에 반짝입니다.
오줌을 다 눈 아이가 방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방문을 나섭니다. 손주가 오줌 누러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깬 모양입니다.
머리카락이 하얗습니다. 우수수, 오동잎을 떨구며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자 쏟아지는 달빛에 그 머리카락이 반짝입니다.
할머니는 고무신 코를 꿰 신고 마당을 가로질러 뒷간으로 가셨습니다. 한참 만에 뒷간을 다녀 나온 할머니는 우리들이 잠자는 짚바구니를 만져봅니다. 어미닭의 등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외양간을 둘러보고는 마루 위에 올라섭니다. 마루 밑에서 삽살개가 나와 꼬리를 흔듭니다. 자기만 본 체 만체하는 할머니가 서운한 모양입니다.
“워리구나. 이녀석, 집 잘 지켜라. 착하기도 하지…….”
할머니가 삽살개에게 아는 체를 했습니다. 삽살개는 껑충껑충 달빛 깔린 마당을 한 바퀴 뛰어다닙니다. 할머니가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등잔불이 꺼집니다.
“……잠이 오지 않니?”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응, 엄마, 옛날 얘기나 하나 해줘…….”
알록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엄마…….”
노랑이가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그래라……무슨 얘기를 해주나…….”
어미닭이 두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렇지. 옛날 얘기는 아니다마는, 얘기 한자리 하마…….”
어미닭이 침을 삼키며 말했습니다.
병아리들이 어미닭 품속에서 나와 동그랗게 모여 앉았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