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의 새로운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발표에 의하면 청계천 복원 공사는 90% 정도 진행이 되었고, 10월 1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고 합니다.

간간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청계천의 부분적인 모습은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달 전 장애인들이 저희 위드뉴스에 ‘청계천에 장애인들도 접근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이러한 장애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현장 실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공사중이기에 제대로 접근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당시 시설 관련 공무원이 배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장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동권연대 박영희 대표, 보행로 폭이 좁아 휠체어가 간신히 지나간다.]

그런데 최근 한 장애인 단체에서 ‘청계천에 장애인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시설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이 장애인단체의 발표에 의하면 일단 장애인들이 청계천으로 진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청계천 옆의 보도가 좁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확인한 결과 비장애인도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이동을 해야 할 정도의 넓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진입로 23개 가운데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한 경사로는 7개입니다. 지형상 경사로 설치가 불가능한 곳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더 쓴다면 엘리베이터 설치 등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청계천에 설치된 7개의 경사로를 보며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경사로의 길이가 적게는 800m에서 길게는 1km나 될 정도로 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긴 경사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위험한 부분입니다. 중간 중간에 놓여진 쉴 수 있는 공간도 그 폭이 좁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혹시 장애인이 혼자서 경사로를 내러가다가 실수라도 하면 참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것을 방지하는 시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대안은 없이 단순히 경사로를 설치했다는 것만으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췄다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은 장애인들에게만 편리한 시설이 아닙니다. 현재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이용객은 80% 이상이 노약자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나 거리의 경사로는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노인과 임산부, 유모차를 이용하는 주부 등 이른바 사회적 교통약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이러한 시설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보는 주변의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야유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싸움이 자신들을 위한 싸움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잠깐의 불편을 참지 못해 역정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청계천을 거닐며 도심 속의 자연을 만끽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