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모두가 상 받던 날


이틀이 지났다.
발표일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글을 일일이 다시 읽어보았다. 지금까지 네 번이나 읽었다. 그래도 우열을 가르기가 힘이 든다.
‘어쩌지?’
이리저리 궁리 하던 선생님 머리를 번쩍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글은 등수를 매긴다는 게 옳지 않아. 아이들마다 각기 다 자기 이야기를 썼고 열심히 썼는데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어. 모두 백점이지’
선생님은 아이들 글을 그대로 가방에 담아가지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원장선생님과 복지사 선생님을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고도 나가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심사를 하려고 했는데 등수를 가르기가 힘들어요. 동화학교 선생님들이 혁수 글이 좋다고들 했어요. 몇몇만 상을 주는 것보다 상 이름을 바꾸어 모두에게 골고루 상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런가요. 나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혁수는 밀어주고 싶어요.”
원장님도 혁수에게 대상 대신 이름을 바꾸어 행복상이라고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등수를 가르는 상 이름이 아닌 플러스상, 희망상 등 다른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글을 쓴 친구들 모두에게 상장을 만들고 기념품까지 준비했다. 기념품은 잘못 쓴 글씨를 지우는 지우개로 정했다.
드디어 시상식 시간이 되었다.
후원자이신 ‘조은인테리어’ 사장님도 오시고 유명한 동화작가 선생님도 오셨다. 여느 날 보다 저녁을 일찍 먹은 센터 친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상을 기다렸다.
상장에는 심사위원인 동화작가 선생님의 멋진 친필 사인도 들어갔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상장이다.
그런데 대상인 행복 상을 받을 혁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선생님, 혁수 연락이 안 되는데 뺄까요?”
“그럴 수는 없지요. 상 받으러 안 와도 주긴 줘야지요.”
“그런가요?”
“그럼요.”
혁수는 그 시간에 어디서 뭘 하는지 전화도 안 받았다.
“선생님, 혁수가 어떻게 대상을 타요?”
옆에 있던 은수가 이상하다는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음, 그게…… 혁수는 힘든 이야기를 그대로 썼거든, 평범한 이야기는 별로 감동을 안 주잖아. 이런 예가 꼭 맞을지는 모르지만 성경에도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풍성하다는 말씀 있잖아.”
“…….”
은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글쓰기 대회는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 속담에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제일 뜨겁다’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모두 가슴에 뭉쳐있던 슬픔덩어리를 쏟아 내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를 보시던 원장선생님은 후원자이신 조은인테리어 사장님께 한 말씀 부탁했어요.
“글 쓰느라고 고생했다. 이런 행사를 자주 할 수 있도록 할게.”
짧은 인사말이다.
“다음은 작품을 심사해주신 심사위원장 선생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한 게 별로 없어요. 이런 일은 참 귀한일입니다. 돈 있다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동화작가 선생님도 짧게 말씀하셨다.
“희망상 부터 시상하겠습니다.”
여덟명이 앞으로 나왔다. 사실은 참가상인 셈이다. 원장선생님은 봉투에다 일일이 상금을 담아 상장과 함께 주었다.
믿음상, 사랑상, 플러스상 차례로 상장과 상금을 주었다. 행복플러스지역아동센터 다니는 모든 친구들이 빠짐없이 모두 상을 받은 날이다.
상을 탄 얼굴마다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
(공부방 이야기 중 세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