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16
|
|
|
|
|
||
|
|
5/2016 |
|
|
||
|
|
|
|
|
||
|
|
|
|
|
|
|
|
|
오늘을 바라보며 |
|
|
|
|
|
||
|
|
|
|
|
|
|
|
||
|
|
|
|
나는 자포자기한 목소리를 통해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했다.?전화가 중간에 끊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사력을 다해 대화를 이어갔다.?영희의 울음 섞인 하소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죽을 생각 대신에 살 생각을 하면 왜 못 살겠냐. 부모를 생각해봐라”, “어떤 부모가 자식을 미워하겠느냐, 자식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셨겠지”, “아직 창창한 어린나이에 지금은 아무리 힘들고 추워도 곧 따뜻한 봄이 올 거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좋은날이 올 거라”는 상투적인 말이 목구멍에 차오르지만 그런 말 대신 “참 힘들었겠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고 싶은 마음이 다 들었겠느냐”는 말을 하며 영희가 터뜨리는 울음소리를 침착하게 함께했다. 영희는 엄마 아빠에 대한 분노, 반 친구에 대한 미움, 스스로에 대한 속상함과 절망감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어갔다.?한참을 토해낸 후 차츰 목소리가 차분해지고 안정돼갔다. 나는 긴장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제야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경찰에게 협조를 요청해도 되겠는지’ 의견을 물었다. 영희는 좋다고 했고 이날 밤 늦게 부모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전화통화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로 사망 192명, 부상 151명, 실종 21명이 발생했다. 57세의 한 남자가 2001년 뇌졸중으로 오른쪽 상하반신 장애가 생겼다. 삶을 비관하다 혼자 죽기는 억울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을 생각을 하고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다. 아무 죄도 없는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이 그렇게 덧없이 죽어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그의 분노는 한순간에 폭발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2007년 4월 16일 오전 7시.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미국 버지니아공대 무차별 총격사건의 범인도 마음속에 분노가 끓고 있던 사람이었다. 사망 32명 부상 29명 미국 최악의 총기참사였다. 그는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이민을 가 성장하면서, 갑작스런 언어와 문화의 단절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아픔을 겪게 되었다. 어눌한 영어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고 아무도 자신의 아픔에 귀기울여주는 사람 없는 세상에 대한 미움을 하루하루 키워갔다. 그는 상처받고 좌절한 청년이었다. 아마도 그는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총 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정신적인 탄약을 장전해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순간 거대한 굉음을 내며 폭발하고 말았다. 분노라는 감정은 정확하고 적절하게 표현되어야 하고 누군가 그 분노를 진정으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SOS 생명의전화’는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마지막 통화를 유도해 마음을 돌리도록 하거나 자살 시도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이 신속하게 119상황실에 신고할 수 있는 전화기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한국생명의전화에 연결돼 있어 자살시도자나 신고자가 전화를 걸면 신고, 상담, 구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생명의전화에 따르면 2011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5년간 SOS 생명의전화 상담 건수는 3679건이다. 이중 3129명은 자살을 생각하고 마포대교나 한강대교를 찾았다가 ‘SOS 생명의전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살아서 돌아갔다. 무려 85%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돌려먹은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죽고 싶지 않다. 잘 살고 싶은데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죽고 싶다. 살면서 한 번도 죽고 싶은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만큼 삶을 사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지도 모른다. 기계적으로 그냥저냥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는 희망이 있다. 그 말은 역설적이게도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살려달라는 신호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죽고만 싶은 줄 알고 살라고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죽고 싶은 마음이 51%, 살고 싶은 마음이 49%다. 2%의 차이로 죽는다. 살고 싶은 마음 49%를 끌어올려 51%로 만들면 반전이 된다. 그렇다고 죽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단지 2%의 차이로 살게 된다. 그 2%의 SOS 신호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2년 연속 1위이다. OECD 국가 중 1위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살고 싶어서 오히려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매일 40여명이다. 살려달라고 보내는 SOS 신호를 잘 읽으면 이들도 살릴 수 있다.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