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새 벽


내가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더라도 하나님이 내 편이 되어 주시며 나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에 힘이 생겼다.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 해변에서 예수님과 단둘이서 이야기를 하며 걷는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왠지 이 좋은 길을 나 혼자 걷는 게 미안해졌다. 숙소에 오자마자 아침 산책길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나임이에게 말했다. 내일 새벽엔 꼭 같이 산책을 가자고 했다. 다른 언니 오빠들에게도 내일 새벽에 숙소 앞에서 만나자고 내가 먼저 말을 했다.
‘과연 누가 나올까? 몇 명이나 올까?’
“나임아, 5시야, 산책가자.”
“응. 알았어.”
나임이는 잠이 덜 깬 소리로 대답을 하곤 돌아누웠다.
내가 옷을 입고 일정표를 들고 나오는데 나임이가 얼른 따라나섰다.
현관 앞에 나오니 비가 후드득후드득 내리고 있었다. 현관 앞에는 모두 여섯 명이 모였다. 나임이, 그리고 중학생 언니와 오빠들이었다. 민수 오빠 얼굴에는 검은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밤중 언니 오빠들 베란다를 넘어 들어가서는 얼굴에다 몰래 수염을 그려놓은 걸 모르고 그냥 나온 것이다.
“비 오는데 어쩌지?”
“비 오는 바닷가가 낭만적이지. 얼마나 운치 있냐?”
“그래도 난 기권이야.”
“나도!”
언니 둘은 눈을 비비며 방으로 돌아갔다.
우산을 챙겨들고 넷이서 해변을 걸었다. 어제 못한 갯벌체험을 하고 싶어졌다. 운동화를 벗어들고 갯벌로 들어섰다. 갯벌엔 게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었다.
“어머! 촉감 좋네.”
“아! 개 간지러워.”
말끝마다 개자를 붙이는 현수오빠가 말했다.
“비 오는 날 갯벌을 걷는 이 느낌,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걸.”
발끝으로 전해오는 촉감이 매끈거렸다. 삼촌네 아가피부처럼 매끈거렸다.
좀 더 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금씩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 어! 어!”
앞서 들어간 나임이 발이 깊숙이 빠졌다. 돌아 나오는데 다른 발도 푹 들어가며 휘청했다. 옆에 있는 민수오빠가 넘어지는 나임이를 얼른 잡아주었다.
“오빠 아니면 갯벌에 빠질 뻔했네.”
“조금 더 들어왔는데 깊이 빠지네.”
“어! 나 좀 잡아줘!”
현수오빠도 무릎까지 쑥 빠졌다.
“얼른 나가자!”
우리는 갯벌을 나와 모래밭을 걸었다.

물새 한 마리가 여유롭게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고 있었다.
물새를 따라 걸으며 오늘 마지막 날 외울 시편 5절 6절을 같이 외웠다.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
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특별히 한 이야기도 한 일도 없었는데 친해진 것 같았다. 그냥 함께 숲길을 걸었고 맨발로 갯벌에 들어갔을 뿐인데 말이다. 그냥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웠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흘러 나왔다.
3박 4일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았다.
더 있다가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우리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올 때와는 달리 모두 깊은 잠이 들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먼저 친구들과 오빠 언니들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돌아봐도 캠프를 와서 많이 변한 것 같다. 전에는 마음속으로만 어울리고 싶어 주변을 빙빙 돌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산책도 가자고 하고 내가 서둘러 시편 말씀도 검사를 받자고 앞장섰다.
말씀을 외우는 동안 하나님이 나에게 용기를 주신 것 같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는 안계시지만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신다고 생각하니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았다.
(공부방 이야기 중 네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