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네 복음서에 그려진 예수, 사도바울이 믿고 전파한 예수, 어떤 것이 더 진정한 예수의 모습일까? 또 Q 자료에 따라 씌어졌다는 마태, 마가, 누가 복음의 예수 묘사가 왜 조금씩 서로 다른 것인가? 예를 들어 마태는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했고, 누가는 왜 마음이란 말을 빼고 그냥 “가난한 자 ptokoi’가 복이 있다”고 했을까? 정말 이천 년 전에 살았던 예수, 역사적 예수, 인간적 예수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르네상스 이후에 성서적 예수가 아닌, 역사적 예수에 관한 연구가 많은 신학자, 철학자들에 의해 있었지만, 불트만 같은 독일 실존주의 신학자의 말대로 역사적 예수는 아직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네 복음서에 기술된 예수도, 선교의 목적으로 덧칠해진 부분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현재의 성서에 실린 네 복음서가 기술된 것은 주후(AD) 70년에서 1백년 사이, 예수가 죽은 뒤 30-40년 뒤의 일이고, 예수의 말씀과 생애는 그 때까지 구전으로, 입과 입을 거치면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예수의 제자 중 누구도 그 귀중한 3년 동안의 체험담을 기록해 놓지 못했다. 혹시 기록한 것이 있을 수도 있는데, 초기의 박해 생활을 거치면서 남아있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된 4세기 이후에나 문서들이 나와 복음서가 편집되었으니, 1세기에서 3세기까지, 2백여 년 동안 역사적 예수에 관한 기록들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 예수의 말씀 자료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며 기록물들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구전에 의한 것이어서 서로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마복음의 발견은 성서 신학 연구나 역사적 예수 연구에 혁명적 영향을 가져다주었고, 아직까지 신학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을 일으키고 있어 신앙인들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이 이 문서와 논쟁을 알게 된 것은 2000년도 하버드 대학 신학부에 한 학기 동안 방문교수로 가서 저명한 성서 신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면서였고, 그 뒤로 나에게 도마복음은 역사적 예수, 인간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보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 귀중한 도마복음이 땅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1945년 12월 이집트의 한 농부 무하메드 알리라는 사람이 나일강가 나그 함마디 Nag Hammadi 마을 근처에서 질소가 많은 땅의 흙을 거름으로 쓰기 위해 파다가 이상한 돌 항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열어보니 가죽표지로 묶은 파피루스 종이에 쓴 책이 13권 있었다. 이 농부는 이 낡은 책들이 무슨 내용인지를 몰라 고물상에 팔았고, 3년 뒤에야 프랑스의 고문서학자인 쟌 도레세 Jean Doresse에 의해 분석되면서 이 항아리 속 문서 중에서 도마복음이 발견되었다.

문서는 발견되었지만 고대 이집트 언어인 콥틱 Coptic어를 그리스 문자로 쓴 것이어서 해독과 번역이 어려웠다. 카이로의 콥틱 박물관에서 번역한 도마복음의 문서가 일부 세상에 공개된 것이 1957년이었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성서신학자들은 예수의 말씀이 네 복음서의 원전인 Q자료 밖에도 따로 전해진 것이 있다는 증거를 찾게 되었고, 역사적 예수 연구에 혁신적인 도움을 얻게 되었다.

도마복음은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처럼 예수의 행적에 대한 서술이 아니고 단지 예수의 말씀 saying만을 모은 말씀자료이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네 복음서는 구전으로 전승되었던 예수의 말씀들과 기록된 행적들을 예수운동이 일어나던 주후 70년 이후에 편집하고 서술한 것이지만, 도마복음서는 예수의 말씀자료들을 그대로 모아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교의 목적으로 1세기 이후에 편집된 복음서 보다는, 여러 갈래로 전해지던 예수의 말씀자료에 더 가깝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서술된 복음서 보다는 앞선 원시적 primitive 기록물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도마복음의 저자는 문서 끝에 “도마에 의한 복음서/ Gospel according to Didymos Judas Thomas”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도마나 유다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이 예수의 제자 도마나 유다는 아니고 주후 70년 이후에 산 도마로 추측된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은 114가지 말씀을 기록하고 있고, 그 중 약 70개는 우리가 네 복음서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과 비슷하다. 내용은 같아도 표현 방식이나 단어들이 다른 것들이 있어서 대략 절반정도의 말씀은 신약성서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말씀들이며, 이 구절들이 전통 기독교의 신앙이나 신학사상에 충격을 주는 내용들이 많아서 오늘날 교회와 신학계에 논쟁의 불길을 열어놓고 있다.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에는 없지만, 도마복음이 기록한 예수의 말씀 몇 가지를 읽어 보면, 예수님의 사상과 말씀을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내가 감동을 받은 몇 구절은 다음과 같은 말씀이다.

도마복음 3절에 “하나님의 나라/ Kingdom of God”에 관한 예수님의 핵심적 사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저 하늘에 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공중에 나는 새들이 여러분들보다 먼저 그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또 저 바다 속 아래에 천국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물고기들이 여러분보다 먼저 천국에 갑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여러분 속에도 있고, 여러분 밖에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잘 안다면, 여러분이 살아계신 아버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20절에는 “제자들이 예수에게 천국이 어떤 것인지 알려 주십시오 하고 물으니 예수의 대답이 이렇다. ‘천국은 마치 겨자씨와 같다. 모든 씨앗 중에 가장 작은 씨앗이지만, 준비된 땅에 떨어지면 큰 나무를 생산해내고, 공중의 새들에게 쉴 곳이 된다’”

98절에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의 나라는 힘센 권력자를 처단하는 사람과 같다. 그는 집에서 칼을 뽑아 벽을 찔러 그의 손이 들어가나 시험해 보더니 결국 권력자를 죽였다”

99절에 “내 육신의 형제나 어머니가 아니라, 내 아버지의 뜻을 따라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내 어머니다. 이들이 내 아버지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이다”

113절에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제자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천국은 쳐다보고만 있다고 오지 않는다.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 하지만 누가 선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의 나라는 땅 위에 earth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보지 못 한다’”

죽어서 천당에 가기 위해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가르친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 당시에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도마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이런 사상을 철저히 배격하고 현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서 ‘아버지의 나라/ Kingdom of Father’를 이루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적어도 천국이 하늘 위나 바다 속에 있는 공간적인, 물리적인 개념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며,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곳에 아버지의 나라가 실현된다는 것을 네 복음서보다 더 분명하게 역설하신 것을 알 수 있다.

114절에는 예수님의 여성해방 사상을 알아볼 수 있는 말씀도 있다.

“시몬베드로가 말하기를 ‘마리아를 떠나보냅시다. 여자들은 우리와 함께 생활할 가치가 없습니다’고 했다. 예수께서 답하기를 ‘잘 살펴 보거라. 내가 그 여자를 인도해서 그 여자의 남성성을 찾도록 하겠다./ I shall guide her to make her male. 그러면 그여자도 너의 남자들과 비슷한 삶의 정신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처럼 되는 모든 여성들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

여성을 비하하고 학대하던 그 시절, 베드로마저 예수가 마리아를 아끼는 것을 비판하며 공동체에서 밀어내 보내려 할 때 예수님은 여성도 남성성을 가질 수 있다며 변명해주고 보호하려고 했다. 남성성이라는 것이 웃기는 이야기지만 당시에 예수님은 그들의 관념을 존중해서 여자도 남자처럼 인격적, 정신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말씀이다.

53절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 너무 감동해서 무릎을 쳤다. 예수님의 자연주의적 모습이 너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예수에게 묻기를 ‘할례circumcision가 필요합니까? 필요 없습니까?’”라고 하니, 예수님 대답이 “그게 필요했다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어린 아이들이 태어날 때 어머니 뱃속에서 이미 잘라서(할례해서) 내보내지 않았겠느냐?”

예수님 대답이 걸작이다. 유대인들이 태어난지 8일 만에 남자 아기들의 성기 끝을 잘라내는 풍습 할례는 유대교의 전통이며, 종교적 의미를 가진 행사였는데 예수님은 이 전통을 한마디로 깨버리셨다. 사도 바울마저도 할례의 유용성에 대해 머뭇거리며 감히 부정하지 못했는데, 예수님은 단호히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가르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친구들로 부터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고 했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수술할 돈도 없었지만 왠지 내 성기에 칼을 대서 자르는 것이 싫어서 하지 않았는데, 도마복음서의 예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주신 몸 자연 그대로 사는 것이 옳다는 예수님의 생태 존중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생긴 대로 살지 않고, 코를 높이고 눈 쌍꺼풀을 만들고 유방을 나오게 하는 성형수술을 비싼 돈을 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의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도마복음은 나에게 전통기독교의 교리나 신앙관에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고 인간적 예수, 역사적 예수의 매력을 더욱 절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