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관(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께 물었습니다. “계명 가운데 첫째가 무엇입니까?”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막 12:28-31). 앞은 신명기 6장 4-5절의 인용이고, 뒤는 레위기 19장 18절의 인용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본질에서 같은 것임을 밝히신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 이스라엘)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는 말씀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랑의 본뜻보다는 자기 편의에 따라 사랑하는 편협함을 보입니다. 하나님의 유일성을 유일신 교리로 정형화함으로서 사랑은 사라지고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주장만 내세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유일성은 존재의 유일성에 대한 천명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치환시킬 수 없는 각기 다른 존재들에 대한 경외심이야말로 하나님의 유일성이 추구하는 중심 메시지입니다. 하여, 하나님의 유일성은 사랑의 유일성과 짝을 이룸으로서만이 그 빛이 드러납니다. 사랑은 유일하신 하나님께서 생명세계의 각기 유일한 존재들과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더하여 우리 각 사람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향해 유일한 사랑을 함으로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 굳게 서 있을 수 있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삽니다. 비록 우상을 섬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의 생명을 빼앗는 흉악한 자라 할지라도 그 나름으로 사랑의 열정을 지니고 삽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유일한 사랑이 아닌, 조건적이고, 가변적이고, 의존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웃 사랑이 좋을 것 같지만 모든 이웃 사랑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사랑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가증스러움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의존관계는 유일하신 ‘나의’ 하나님이 아닌,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힌 ‘타자의’ 하나님과 타협하게 됩니다. 유일하신 하나님을 향한 유일한 사랑은 인간의 이중성을 폭로합니다.

성경은 인간의 성숙을 유일하신 하나님을 향한 유일한 사랑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하나이지 둘 혹은 여럿일 수 없습니다. 만일 ‘나’라는 존재가 여럿이라면 그것은 미성숙이요, 이중인격이요, 자기분열일 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외모를 중시하는 현상, 미신 행위의 범람, 불안 심리의 증대, 성공신화에 대한 맹신 등도 알고 보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병리현상에 다름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 지향하고 실천해야 할 사랑은 유일한 사랑이지,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이는 사랑은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이 점을 분명히 하십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3-44). 친구를 향한 사랑이든, 원수를 향한 사랑이든 같은 사랑이지 종류가 다른 사랑일 수 없습니다. 그러함에도 한국교회 유일신 숭배자들은 그들의 열정적인 신앙만큼 유일한 사랑은 아닌가 봅니다. 걸핏 하면 사탄 운운하며 전투태세를 취하는 것이나, ‘종교다원사회’라는 말만 나와도 입에 버캐를 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내편은 사랑하고, 네 편은 대적하는 것이야 말로 유일하신 하나님의 유일한 사랑일 수 없습니다.

신명기 신앙인은 “너는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 했습니다. 신앙의 역사로부터 성찰한 삶을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신명기다운 표현입니다. 자기 성찰 없는 ‘가르침’은 공허할 뿐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유일한 사랑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훈련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유일하신 하나님을 사랑함으로서 나와 다를지라도,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촛불 든 10대들을 사탄으로 내모는 이들이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