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동안 Global Justice Volunteer라는 이름으로 홍콩에 다녀왔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일주일동안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한국, 중국, 홍콩으로 흩어져 각자의 자원봉사를 마치고 왔다. 나는 미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홍콩으로 가게 되었고, 홍콩에 있는 Bethune House에서 일을 돕게 되었다. 쇼핑의 도시, 그리고 어릴 적에 즐겨봤던 홍콩영화가 내가 아는 홍콩의 전부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홍콩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바쁘기로 유명한 도시, 홍콩의 한 가운데에 자그마한 다른 세상이 하나 펼쳐져있다. 고향땅에서 멀리 건너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살고 있는 집이다. 홍콩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온 여성들이 참 많다. 그들은 대부분이 가사도우미 Domestic Helper로 일한다. 내가 했던 일은 그녀들이 고용주에게 갑자기 계약파기가 되거나 심지어는 폭행을 당해서 찾아왔을 때 그 일들을 맡아서, 그녀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처음 몇 주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그녀들이 법정에 가거나 이민국에 갈 때에 친구로서 동행해 주는 일뿐이었다. 대부분의 그곳 인도네시안들이 영어를 잘 못하고 나도 인도네시아 말을 못해서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도 함께 가서 일을 보고 오라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 그렇게 그녀들과 함께하면서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이 엄청난 경험임을 깨닫게 되었다. 뒤에서 든든하게 그녀들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가 하나 있다는 것이, 혼자서 부딪혀서 해결해야 할 큰 벽 앞에 얼마나 큰 버팀목일지 상상할 수 있었다.

한번은 Dewi라는 친구가 구타로 인해 뛰쳐나온 집에 두고 온 자신의 물건을 찾으려고 시도한 날이었다. 그때가 세 번째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집에 가서 원래 자기 짐을 가져오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에이전시 직원과 우리는 큰 길 가에서 그 옛 고용주 부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도착한 후 내 친구는 고무장갑을 끼우고 길거리에서 그녀의 짐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기 시작했다. 셔츠 한 장마다, 가방 구석구석 심지어 속옷까지…. 친구의 요청으로 나는 비디오를 찍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몰았는가. 이런 현실이 도대체 왜 일어나야 하는지 가슴이 아팠다. 가끔 악덕 고용주들은 자신들의 귀중품을 도우미 Helper의 가방에 넣어놓고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고 한다. 그 친구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고 싶었던 거다. 그 자리에서 신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보여 지는 것으로 ‘나’와 ‘너’를 구분 짓는다. 때로는 그것이 ‘나’와‘ 너’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것 같다.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 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그 정도의 가치로 밖에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을 대한다. 나는 홍콩에서의 자원봉사를 통해 내 안에도 혹시 그런 몹쓸 생각이 있는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특유한 냄새가 사랑스러워 질 정도로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된다는 묘한 경험은 예수를 떠올리게 했다. 식탁을 함께하고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힘을 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이 아닌가 싶다.

그녀들은 이별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녀들의 ‘권리 찾기’가 끝나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녀들과 이별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 만나자는 기약은 하지 못하지만, 어디에 있든지 마음으로 서로 행복하기를 간절히 빌어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소원해본다. 친구 예수가 우리와 항상 함께 하겠다는 말의 힘을 나는 이 친구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