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오늘 하루 종일, 아니 지난 한 주간동안 줄곧, 장로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장로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오늘 우리교회 목사님의 설교도 이것을 피해간 것을 보니 역시 우리처럼 이 문제에 대해 우리들에게 줄 메시지가 아직 준비가 되신 것 같지 않습니다. 고작 우리가 한 것은 그런 피해를 입지 않은 우리가 그 지역의 생존자들을 위해 얼마의 정성을 모은 것뿐입니다.

재해의 규모와 현상은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과 같습니다만 이번 경우는 죄에 대한 심판으로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오히려 서남아시아의 섬들과 해변 마을들은 지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장로님께서도 지적하신 바와 같이 성경에도 보면 하나님은 그렇게 잔인하신 분이 아닙니다. 좌우를 가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십이만 명도 더 되고 짐승들도 수없이 많은(요나 4:11) 니느웨 성도 하나님께서 아끼셨는데, 이번에 파멸의 대상이 되었던 지역이 니느웨 같은 도시들도 아니었습니다.

이번 재해가 바닷속 지진과 그것으로 인한 해일 피해였으니까, 인재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하는 동물들도 이 해일을 미리 알고 다 피했다고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던 인간이 자연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으니 바닷속 지진과 해일에 대한 예방을 못한 무지가 문제라면 모를까, 인재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알 수 없는 분노를 발하시는 것이라거나 무슨 경고를 발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방법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그 피해 규모가 너무 큽니다. 주께서 오시는 날은 무자비한 날일 것입니다. 진노와 맹렬한 분노의 날, 땅을 황폐하게 하고 그 땅에서 죄인들을 멸절시키는 날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악과 흉악한 자들의 악행을 벌하실 날일 것입니다. 교만한 자들의 오만을 꺾어 놓고, 포학한 자들의 거만을 낮추어 놓으실 날일 것입니다. 예언자들이 이미 우리에게 이런 경고는 충분히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에 피해를 입은 섬들과 해변의 도시는 이런 파멸의 대상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하늘의 해가 어두워지지 않고, 달이 그 빛을 잃지 않고,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희생자들에게는 우주의 역사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살아남은 자들의 비탄과 굶주림과 질병과 고통은 오히려 형벌이니까요.

하나님이 왜 지진을 일으키셨을까요? 왜 해일로 하여금 해안을 덮치게 하시고 섬들을 가라앉게 하시고, 그 숱한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시고, 지구의 지형마저 바뀌게 하시고 세상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셨을까요? 모릅니다.

다만, 눈앞에서 전개되는 목불인견, 망연자실, 아연실색의 현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웃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건을 해석하기에 앞서서 현장에 대한 구조가 급선무입니다. 우리의 모든 관심이 그 쪽으로만 쏠려야 한다는 현실의 요청만이 있을 뿐입니다.

장로님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못했습니다. 장로님 덕분에 마가복음서 13장과 이사야서 13장과 34장을 읽고 또 읽고 명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난처한 처지를 두고 장로님과 함께 잠간 탄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자연은 인류 앞에서 제 힘을 한껏 과시했습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