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은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다. 그것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가 마련된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안’을 참석 국회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를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새롭게 교체되는 버스의 일정량을 저상버스로 바꾼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저상버스란 보도의 턱과 버스의 높이가 거의 같아서 힘들게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승차를 할 수 있는 차량이다. 이 차량은 특성상 과속 난폭 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탑승객의 안전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이 저상버스가 도입이 되면 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바로 탑승을 할 수 있고 아기와 동행을 하는 주부들도 유모차를 끌며어디든 다닐 수 있다. 노인들도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 편리하게 눈치를 보지 않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저상버스의 도입은 지난 2001년 지하철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사를 한 이후 장애인계가 거세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을 펼친 것에서 시작된다. 그 이후 장애인계는 매월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장애인의 이동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대중교통 시설을 바꾸라는 시위를 벌여왔고 전국적으로 백만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대정부 운동이 시작된 지 3년 6개월만에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러나 저상버스의 도입은 장애인만 편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 요구로 인해 변화된 것 중의 하나가 지하철역마다 설치된 엘리베이터이다. 올해 상반기 내에 거의 대부분의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1개 이상 설치되어 개통된다. 이미 많이 개통 되어서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용자는 장애인이 아니라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애인들이 지하철 선로를 막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할 때 많은 노인들은 욕설을 하며 장애인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 싸움을 통해 거둔 엘리베이터는 이제 노인들 차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노인들은 타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이것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장애인에게 편리한 것은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인에게 있어 편리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장애인에게 있어서 이동권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다. 편의시설이 마련되면 이동할 수 있는 것이고 없으면 이동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을 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문제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들 대부분은 수십년간 집안에 갖혀 생활하다가 세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렵게 밖으로 나와 세상을 경험하고 이것은 사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으로 목숨을 건 싸움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 해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더 한층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장애는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고 단순한 차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두가 깨닫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장애를 지녔건 아니건 간에 하나님의 소중한 피조물인 사람이 주인되는 그런 세상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