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문이라도 목사님께서 물으시니까 답변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목사님께서는 본문에 쓰인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내용의 사실성 여부를 물으신 것 같은데, 제가 목사님의 질문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창세기 30장 25절부터 43절까지는 야곱과 그의 장인 라반 사이의 일종의 흥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라헬이 요셉을 낳은 뒤에, 야곱이 라반에게 자기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혼자 가는 것이 아니고, 처가의 일을 해주고 얻은 자기의 처들과 자식들도 함께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만일 야곱이 라반의 집안에 종으로 팔려 왔다면, 종으로 들어온 이후에 얻은 가족은 두고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사위로 장인 집안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을 충분하게 했으니까 이제 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라반이 말립니다. 자기가 점을 쳐 보니까 주님께서 자기에게 복을 베푸신 것이 다름 아닌 야곱 때문에 베푸신 것이니까 고향으로 가지 말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품삯을 올려주겠다고, 아니, 품삯을 야곱 자신이 결정하라고 제안합니다.

야곱은 장인의 가축을 돌보는 일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장인의 모든 양 떼에서 얼룩진 것들과 점이 있는 것과 모든 검은 새끼 양을 가려내고, 염소 떼에서도 점이 있는 것들과 얼룩진 것들을 가려낼 터이니까, 그것들을 자기에게 품삯으로 달라고 합니다. 라반이 동의하지요. 그러나 라반은 그렇게 말해 놓고서도, 바로 그 날로 숫염소 가운데서 줄무늬가 있는 것과 점이 있는 것을 가려내고, 또 모든 암염소 가운데서도 흰 바탕에 얼룩이 진 것과 점이 있는 것과 모든 검은 새끼 양을 가려내어, 자기의 아들들에게 주어버리지요. 그래도 야곱은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라반의 나머지 양 떼를 쳤지요. 여기까지는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셨지요? 목사님께서 문제를 제기하신 것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제 야곱은 자기가 계획한 대로 앞으로 자기 장인의 모든 양 떼에서 생겨 날 얼룩진 것들과 점이 있는 것과 모든 검은 새끼 양을 가려내고, 염소 떼에서도 역시 점이 있는 것들과 얼룩진 것들이 생겨나면 그것들을 가려낼 터이니까, 이제 그런 양과 염소를 태어나게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미루나무와 감복숭아나무와 플라타너스나무에서 푸른 가지들을 꺾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에, 벗긴 가지에 흰 무늬를 냈지요. 야곱은, 껍질을 벗긴 그 흰 무늬 가지들을 물 먹이는 구유 안에 똑바로 세워 놓았지요. 양 떼가 와서 물을 먹을 때에, 바로 눈앞에 세워 놓은 그 가지들을 볼 수 있게 하였지요. 양들은 물을 먹으러 와서, 거기에서 교미를 하였다지요. 양들은, 껍질 벗긴 그 나뭇가지 앞에서 교미를 하고서, 줄무늬가 있거나 얼룩이 지거나 점이 있는 양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야곱은 이런 새끼 양들을 따로 떼어 놓았지요. 라반의 가축 떼 가운데서, 줄무늬가 있거나 검은 양들은 다 가려냈지요. 야곱은 이렇게 자기 가축 떼를 따로 가려내서, 라반의 가축 떼와 섞이지 않게 하였지요.

목사님께서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특히 야곱이, 튼튼한 암컷들이 교미할 때에는, 물 먹이는 구유에 껍질 벗긴 가지들을 놓아서, 그 가지 앞에서 교미하도록 하고, 그러나 약한 것들이 교미할 때에는, 그 가지들을 거기에 놓지 않아서 약한 것들은 라반에게로 갈 양이나 염소를 낳게 하고, 그대신 튼튼한 것들은 야곱에게로 오게 하였다는 것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야곱은 이런 식으로 하여 아주 큰 부자가 되었고, 드디어 야곱은 가축 떼뿐만 아니라,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도 많이 가지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목사님의 질문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도 이렇게 하면 그런 새끼들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창세기 30:34- 43)는 “야곱이 라반의 불의에 대해 꾀를 써서 대항하여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나무 가지를 가지고서 조작함은 새끼를 밸 때에 눈앞에서 받게 된 인상은 사람과 짐승의 후손의 겉모습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술적인 생각에 맞아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야곱이 자기 뜻한 바에 맞게 나무 가지를 사용하자 라반은 그만 약한 짐승들만 얻게 되는 부가효과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독일성서공회 해설관주, 우리말 번역). “이에 그 사람이 매우 번창하여 양 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가 많았더라” ([개역개정판] 창 30:43)는 이 마지막 문장은 복이 이제는 라반에게가 아니라 야곱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줍니다. 그동안 야곱은 복의 매개체 구실을 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조상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그라고 그들의 후손은 역사적 존재 이유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해한 대로는, 더 정확히 말해, 창세기의 기자가 이해한 대로는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창 12;2-3) 라고 하는 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소식 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