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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띄우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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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의 종로 거리는 메갈로폴리스 megalopolis 된 세계 속의 대도시인 서울로서는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히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눈부시게 발전된 국제도시입니다. 해방둥이가 회갑을 맞이하는 오늘에 이르러 물질문명의 이기를 한껏 누리는 세계 속의 서울로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백만 시민을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급기야 천만이 넘는 상주 인구를 지니게 된 서울이요, 삼천리금수강산에 삼천만이 숨쉬던 시절에 비하여 칠천만을 넘는 동족이 한반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구가 곱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나는 동안 경제 성장과 과학의 발전을 비롯하여 사회가 해방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것은 세계가 다 인정하는 바입니다. 세계인들에게 비쳐지는 서울은 급변하는 도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건설하고 약동하는 대도시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하는 사이에 우리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어느 만큼 의식하며 살았던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른바 선진국 패턴의 개발을 추구하며 달려오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질주의에 깊이 빠져들고 정신문화쪽으로는 마음을 기울일 여유를 갖지 못 했던 것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한 개인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이기주의만 부추기는 현상이 도처에서 넘쳐나고 있지 않는가 묻게 됩니다. ‘페어 플레이’ fair play 정신을 뒤로 한 채 원칙을 무시하고 경쟁 만 강조하다가 사회 분위기를 무한 경쟁으로 물들이게 되지 않았던가 성찰합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았던 것은 보편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대도시가 형성되는 곳에 범죄가 늘어나고, 급기야 온 세계가 도시화되는 현상을 빚어냈습니다. 도널드 슈라이버 Donald Shriver 같은 기독교 윤리학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보면서 “과연 도시에 희망이 있는가?” 라는 물음의 제목으로 논문을 썼던 일이 있습니다. 마이클 러너 Michael Lerner 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와 무한 경쟁이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잃고 냉소주의에 빠질 정도로 정신문화의 어두운 현상을 빚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곧 현대 세계의 정신 질환이라 하였습니다. 그에 앞서서 1970년대 구 소련으로부터 추방령을 받고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노벨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은 이런 현상을 다른 말로 서술하였습니다. 30년 전의 표현이지만 오늘에도 그대로 적중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는 ‘조급성’ hastiness, 다른 하나는 ‘표피성’uperficiality 입니다. 대중문화를 짙게 물들인 ‘천민자본주의’를 정곡으로 찌른 말에 다름 아닙니다. 급속도로 발전한 우리의 서울과 한국 사회 전체도 이런 현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게다가 개발 독재 시절 오직 ‘잘 살아 보세’ 캠페인으로 정신은 피폐해지고 영혼이 메마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제 개발 지상주의에 빠지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가장 큰 댓가를 치루게 된 것이 부끄러울 만큼 높아진 ‘부패 지수’ 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로 번진 부패 현상과 구조가 노조와 교육계까지 미친 것을 보면, 영혼을 잃어버린 사회가 된 듯 합니다. 결국 이런 현상의 만연으로 ‘공양심’ public conscience 은 그 정도가 아주 낮아지고 ‘사회의 양심’을 절실하게 바라는 양심적인 시민들과 지성인들은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위기의 사회’를 바라보면서 더 늦기 전에 ‘사회의 양심’을 불러일으키고 널리 펴는 결의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광복 60주년의 축제를 벌일 때, 해방 6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희망 60년의 미래를 내다보며, 사회의 양심을 드높이고 마침내 ‘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원년을 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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