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가우면 어김없이 한줄기 기운차게 쏟아지는 비를 그리워한다. 그런데도, 무더워 지쳐있는 대지위에 연일 내려준 비는 장마가 되고 그에 따른 피해가 이곳저곳에서 또 심각하다. 우리의 바람 끝은 고통이 필수인가? 다시 뜨거워지는 여름날에 받아 든 어느 분의 간절한 기도가 마음에 새겨진다.

“맘이 답답합니다. 길이 막히고 생각도 엉키고 말은 끊어졌습니다. 영의 감동은 느끼지 못하고 맘의 빛을 보지 못합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 어디에 계십니까? ... ...”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장관은 인터뷰를 가졌다. “재임기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0-5살까지 3백50만 아동 50%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게하고 싶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려면 2백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필요한데 이 중에 1백50만 개 정도는 여성의 일자리로 채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교육, 의료, 문화 등 사회서비스 쪽의 일자리가 바로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로 보기 때문에 돌봄의 노동과 관련하는 사회 시스템화로 여성의 일자리를 해결해 보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과제가 현실화되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인구 고령화 현상에 비해 저 출산율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부가가치세법을 내세우는 등 정부 기관에서는 출산 장려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곁들여, 얼마 전에 서울시는 자녀를 5명 이상 둔 가정들을 초청하여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 추세를 막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특별행사를 가지고, 자녀를 많이 가진 가정들을 격려하고 사회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켰다. 여기서 11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단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 가정에서 지난달, 12번째의 아이를 낳고, 부모는 아기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가 먼저 걱정된다는 행복한 고민에 기자들도 놀랐다고 했다. 이 한 가정의 기쁨과 감사, 축복이 남다른 만큼, 수반되는 여러 가지 애로는 바로 사회적 문제요,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고스란히 남는다.

‘저출산’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금기는 사회적인 이중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적으로는 줄었지만, 환영받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들이 여전히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4개월 반 된 입양아를 20시간 동안 안고 돌보며 태평양을 건너 양부모에게 전해준 적이 있다. 바들바들 떨며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기를 가슴에 안고가는 내내 아기의 행복한 미래를 간구하면서 형언키 어려운 감동과 어떤 경외감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입양되는 아기는 미혼모들이 출산한 아기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혼모와 그 아기를 대체로 죄인시하고 냉대한다. 일전에 모 방송사에서 ‘축복받지 못한 엄마, 미혼모’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그 보고에 따르면, 한해에 2만 여명의 미혼모와 그들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는 7천여 명에 이른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기를 낳은 미혼모가 아기의 얼굴조차 못 보고, 때로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아기가 입양기관으로 보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혼모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녀와 아기는 축복과 인권까지 짓밟혀버리는 셈이다.

저출산의 문제해결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미혼모와 입양문제까지 함께 거론될 수 있다면,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수용여부가 저출산의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미혼모문제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우리사회에 깊이 잠식되어 있는 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전 지구적 명제는 폭력의 극복이다. 폭력이란 육체적인 가해행동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적, 구조적인 것까지 포괄한다고 한다. 한 개인으로부터 국가적으로, 나아가 온 인류에게 그 영향력이 미치는 폭력은 점점 더 교묘하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교회는 인류가 극복해 나가야하는 폭력의 주제를 13가지로 나누고 이 폭력극복을 위한 교회적 위임을 10년 동안 풀어나가자고 제안한바 있다. 교회여성들은 심각한 폭력의 주제 가운데 가정과 가족간의 폭력, 성폭력이 종교적 문화적 관습에서 생기는 폭력, 창조를 거스르는 폭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밝히고, 가정 공동체를 위한 교회적인 공동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폭력의 피해로부터 ‘생명 넘치는 가정 만들기’에 손을 내밀어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맘이 답답합니다.’하는 절박한 기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어느 쪽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갈등하는 것이다. 폭력을 묵인하면 폭력에 순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그 어느 생명도 폭력 앞에 보호받고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주의 리더십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감수성을 극대화하여 해결방안을 힘써 찾아낼 수 있다면, 100% 아동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국가가 책임져주는 새로운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독여성들의 폭력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 될 것이다.

민족의 해방을 기억하는 이 8월에, 생명의 충만한 자유와 희망을 바라면서 이런 기도를 다시 드린다.

“바늘구멍만한 틈이라도 있으면 빛이 들어올텐데, 작은 창이라도 뚫렸으면 하늘의 바람이 불어올텐데. 생명의 주, 희망의 주, 사랑의 주님이시여, 우리 속에 문이 되어주십시오. 우리 사이에 길이 되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