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성경적 경영”이란 말을 처음 듣는 것이어서, 그 용어를 만들어 낸 이들, 혹은 그 말을 일찍부터 쓰기 시작한 이들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경적”이란 말이 얼마나 모호하며 위험한 말인지를 말씀드리는 것으로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신구약전서 66권 한 책으로 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은 오랜 역사를 거쳐 여러 저자와 수많은 자료가 동원되어 기록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전통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산주의 이론, 사회주의 이론, 자본주의 이론들이 다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느 한 서클, 어느 한 학파, 어느 한 신앙전승을 선별하여 성경을 만들게 하신 것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활동을 인식하고 고백한 여러 개체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그대로 지닌 채로 성경 안에 들어오게 하셨습니다.

구약의 경우를 보면 제사장 전통과 예언자 전통과 지혜자 전통이 서로 다릅니다. 율법은 제사장 전통에서 간직한 것이고, 예언은 예언자 전통에서 간직한 것이고, 시, 역사, 지혜 등은 지혜자 전통에서 간직한 것입니다. 제사장들은 백성에게 율법에 따라 제사를 드리도록 가르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숫양이나 살진 짐승을 잡아 번제로 바칩니다.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를 바칩니다. 분향하는 것도 가르치고 백성들은 그 가르침을 따라 분향을 합니다. 초하루, 안식일, 대회 등도 제사장들의 교훈에 따라 백성들이 성일로 지킵니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성소로 몰려오는 백성을 저지하며 이러한 온갖 제사가 의미 없다고 외칩니다. 제사장이 성경적이고 예언자는 비성경적입니까? 아니면 그 반대입니까?

11 주께서 말씀하신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 12 너희가 나의 앞에 보이러 오지만, 누가 너희에게 그것을 요구하였느냐? 나의 뜰만 밟을 뿐이다! 13 다시는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말아라. 다 쓸모없는 것들이다. 분향하는 것도 나에게는 역겹고, 초하루와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참을 수 없으며, 거룩한 집회를 열어 놓고 못된 짓도 함께 하는 것을,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14 나는 정말로 너희의 초하루 행사와 정한 절기들이 싫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짐이 될 뿐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15 너희가 팔을 벌리고 기도한다 하더라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너희가 아무리 많이 기도를 한다 하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의 손에는 피가 가득하다. 16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17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표준새번역] 사 1:11-17)

경제적인 생각도 상이한 것이 성경 안에 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로서 비축 備蓄경제 정책을 실천하였습니다. 풍년 때 여분의 곡식을 비축해 두었다가 흉년 때 그것으로 양식을 삼게 하는 정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경우는 정 반대입니다. 평등 平等경제 정책을 실천한 사람입니다. 먹거리를 거두어들일 때도 각자가 그날그날 먹기에 필요한 만큼만 거두어들이게 하였습니다. 먹거리를 거두어 가지고 남겨서도 안 됩니다. 남기면 그것은 비축이 됩니다(출 16장). 예수께서도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치시면서 비축 경제보다는 평등 경제 쪽을 강조하셨습니다.

“일용 日用할” 양식만을 구하라고 하십니다(마 6:11). 여분의 비축 양식을 구하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이 경우도 어느 하나를 성경적이라 하고 다른 하나를 비 성경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혜자들은 제사장들과도 다르고 예언자들과도 다릅니다. 제사장들의 말의 권위는 율법입니다. 율법이 이렇게 명한다는 것이 그들이 하는 말의 권위의 근거입니다. 예언자들의 말의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이 그들이 하는 말의 권위의 근거입니다. 지혜자들의 말의 권위는 오랜 인생 경험과 전해져 내려오는 금언이나 속담이나 체험적 지혜입니다. 오래 살아보니 이렇더라, 혹은 이미 우리 앞서 살고 간 선현들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그들이 하는 말의 권위의 근거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하고 고백하는 다양한 경험의 집합입니다. “성경적”이라고 하려면 바로 이런 복합성이 “성경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적 경영”이란 말도 성경 안의 어떤 한 전통을 옹호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다양한 전통을 다 긍정하는 것과 관련이 될 것입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