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인권선언 57주년을 기념해서 인권상을 수여했습니다. 시민단체와 정부 등의 추천을 받아 개인과 단체를 포함한 10곳에 수상을 했는데 그 중에 3곳이 장애인단체였습니다. 장애인교육원연대, 교남소망의집,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그 수상자들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진행된 인권상 수상식에서 10곳 가운데 3곳이 장애인 단체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환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장애인 단체가 3곳씩이나 인권상을 수상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 장애인들의 인권사항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장애인들도 잘 사는 세상이 되었다고. 물론 2005년 한 해 장애인들과 관련한 여러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 가운데 하나는 보장구의 건강보험 급여항목 추가적용으로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장애인용 구두(정형외과 구두) 등 보장구를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구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한도 금액은 있지만 장애인들의 욕구와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변경한 것은 장애인들로 하여금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출범입니다. 그동안 장애인체육은 체육이라는 전문영역 보다는 재활이라는 치료의 영역에 머물러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정책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지난해 아테네장애인올림픽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몇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며 홍역을 치렀고, 수십대 휠체어의 이동으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탈진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국제대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악순환은 매번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올해 장애인 체육관련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되고 지난 11월에는 공식적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했습니다. 물론 회장 선임에 있어서 체육인이 아닌 정치인이 선임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출범은 많은 장애인체육인들의 열망을 담은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쁨과 의미 있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기억들이 더 많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해를 이어가며 갈등의 해소보다는 불신이 깊어가는 정립회관 사태는 그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열망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희망찬 기대와 열망과는 달리 정부여당의 변심으로 인해 무산될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2006년 예산과 관련해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LPG차량의 세금지원이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반발 기류가 장애계를 휘감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지방자치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장애인단체들도 이제는 지자체 선거를 통해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벼르며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장애인 단체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말을 흘리고 있습니다. 2006년을 맞이하는 많은 장애인들은 답답한 가슴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이들의 답답한 가슴은 배신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장애인들과 맺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기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2006년 새해, 누구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