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얼룩이가 어느 날 누런 알을 낳았습니다.
하얀 닭도 어느 날 하얀 알을 낳았습니다.
붉은 볏이 늘어진 장닭이 매일같이 궁둥이를 한번씩 토닥대어 주었습니다.
“장하구나 장해, 알을 낳느라고 애를 썼지? 매일같이 그렇게 커다란 알을 낳으렴.”
장닭이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룩이가 열병에 걸렸습니다. 알 낳은 둥지 안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먹이를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앓기 시작한 것입니다.
“할아버지, 얼룩이가 병이 났어요.”
하얀 닭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허허허, 내버려 두어라……그건 보통병이 아니란다.”
장닭은 웃기만 했습니다.
“얘 얼룩아, 네가 내려와야 내가 올라가 알을 낳을게 아니니?”
하얀 닭이 알 낳는 둥지 옆에 가서 말했습니다.
“미안해, 난 여기 있어야 돼. 넌 다른 둥지에 가서 낳아…….”
얼룩이가 대답했습니다.
하얀 닭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둥지에 가서 알을 낳았습니다. 알을 낳자마자 주인집 아이가 꺼내 갔습니다. 그런데 얼룩이는 알도 낳지 않고 둥지 안에만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눈을 껌벅이며, 가끔 가다가 몸뚱이를 뒤척이며 무엇인가 발끝으로 굴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니?”
하얀 닭이 물었습니다.
“…….”
얼룩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입을 꼭 다물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가끔 밖에 모이를 주워먹으러 내려오거나 물을 먹으러 내려오지도 않았습니다. 두 눈을 껌벅이며, 가끔 가다가 몸뚱이를 뒤채며 무엇인가 발끝으로 굴리는 시늉만 했습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니?”
하얀 닭이 궁금해서 또 물었습니다.
“……응, 병아리를 까는 중이야, 지금.”
얼룩이가 말했습니다.
“응? 병아리를 깐다고?”
하얀 닭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리 올라와 봐!”
얼룩이가 말했습니다.
하얀 닭은 둥지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얼룩이가 몸을 비키며 둥지 속에 들어 있는 달걀을 보여주었습니다. 달걀은 모두 열두 개였습니다.
“언제, 누가, 알을 넣어줬지?”
하얀 닭이 물었습니다.
“며칠 전에 주인 할머니가 넣어주셨어. 모두 내가 낳은 알이야…….”
얼룩이가 말했습니다.
얼룩이는 그 동안 많이 수척해졌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않고, 운동도 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합니다. 그러나 두 눈은 빛났습니다. 그리고 얼룩이의 몸뚱이에서는 열이 나고 있었습니다. 둥지 속에서도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습니다.
“나도 병아리를 까고 싶어…….”
하얀 닭이 말했습니다.
“……기다려 봐. 온몸이 뜨거워지고, 먹고 싶지도 않고 자꾸만 졸음이 올 때까지…….”
얼룩이가 다시 온몸으로 둥지 속의 알을 품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그게 열병이 아니었었니?”
하얀 닭은 그제야 할아버지의 웃음 소리와 보통병이 아니라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도 병아리를 까고 말거야…….”
하얀 닭은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뭇간 속에다 알을 낳아 주인 몰래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열두 개의 알이 모아졌을 때 하얀 닭은 열이 나는 것같이 생각됐습니다. 졸음이 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틀림없어, 나도 병아리를 깔 수 있을거야…….”
하얀 닭은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먹이도 먹지 않고, 물도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나뭇간 속에 쪼그리고 앉아 있자니 온 몸에서 열도 나고, 졸음도 오는 것 같기는 한데, 이튿날 알을 한 개 더 낳게 된 것입니다.
그 이튿날 또 한 개의 알을 낳고, 그 이튿날 또 한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배가 고프고 정신이 하나 없고 어지러워서 비틀거리며 나뭇간을 나온 하얀 닭은 얼룩이한테 갔습니다.
“얘, 얼룩아, 너도 매일 알을 낳니?”
하얀 닭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니? 병아리를 까려고 알을 품는데, 알이 자꾸만 나와서야 쓰겠니?”
얼룩이가 말했습니다.
하얀 닭은 기운 없이 나뭇간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 주인집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 여기다 알을 열다섯 개나 낳아 놓았어!”
아이가 소리쳤습니다.
“미쳤구나, 요새 어디다가 알을 빠뜨리고 다니나했더니만…….”
주인 할머니가 대꾸했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하얀 닭은 울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나는 어미닭이 될 수 없나 봐요. 알만 낳다가 죽는 기계인가 봐요, 흑흑…….”
“얘야, 슬퍼 말아라. 너는 도시에서 왔잖니? 어미도 모르고 기계 속에서 태어나 불쌍하게 자란 것. 그렇지만 너는 얼룩이보다 많은 알을 낳잖니? 나를 보렴, 나는 병아리를 까긴 커녕 알도 하나 낳지 못하잖느냐? 병아리를 까는 닭은 병아리를 까고 알만 낳는 닭은 알을 낳고, 나는 나대로 장닭의 할일이 있거든……꼬끼요, 꼭!”
할아버지는 하얀 닭의 궁둥이를 한 번 토닥거려주고 목청을 돋우어 듣기 좋게 울었습니다.
“……며칠 있으면 얼룩이가 병아리를 깔게다. 그러면 그 병아리들을 새끼같이 귀여워해주면 되잖니? 옛날에 네가 도시에서 처음 왔을 때, 제 새끼같이 다정하게 품어주었던 알록이의 어미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솔개에게 채여갔지마는…….”
장닭이 위로합니다.
동녘 하늘이 점점 밝아 오는 새벽이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