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본 이 본문은 남유다 왕 아비야가 북이스라엘 왕 여로보암과 전쟁을 하면서 여로보암과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북 분단의 배경을 진술하는 말 안에 들어 있는 한 대목입니다. 아비야는 지금 남북이 분단된 지난날의 분단 배경의 역사를 회고하고 있습니다. 1) 솔로몬의 신하였던 여로보암(지금의 북이스라엘 왕)이 그의 군주 솔로몬에게 반역하였던 것(대하 13:6; 왕상 11:26), 2) 솔로몬 사후에 여로보암이 북쪽 지파들의 세력을 규합하여 르호보암 왕에게 선왕의 억압통치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북쪽 지파들이 유다 왕국을 떠나 북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게 된 것(대하 10:1-16)을 비판적으로 회고합니다(대하 13:7). 여로보암은 북쪽 지파의 여론을 등에 업고 르호보암 왕과 정치적 타협하는 과정에서 여로보암이 난봉꾼들과 불량 잡배들을 이끌고 여로보암 왕에게 와서 대들었다고 하는 것이 남유다 왕 아비야의 말입니다. 열왕기에도 역대기에도 대하 13장 7절의 내용을 확인할 역사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석들은 대하 13장 7절의 진술이 아비야 왕이 북쪽 지파의 반란(왕상 12:1-20, 대하 10:1-16)을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렇게 여로보암과 르호보암 사이에 정치적 담판 談判이 벌어졌었는데, 그 담판에서 원로들의 화해 和解 정책의 충언을 듣지 않고 젊은 참모들의 강경책 强硬策을 말해버린 르호보암이 여로보암에게 패하고 맙니다. 이런 담판의 실패를 두고 아비야는 “(르호보암이) 어리고 마음이 연약하여 능히 막지 못하였”던 것으로 회고합니다([개역] 대하 13:7). 그러나 르호보암이 왕이 될 때 나이가 마흔 한 살이었던 것을 보면(대하 12:13)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닙니다. “어리고 마음이 연약하다”는 말은 경륜이 많지 못하고 우유부단함을 이르는 히브리어적 표현입니다. 솔로몬이 왕이 되었을 때도 똑같은 표현이 사용됩니다(대상 29:1).

우리의 문제로 돌아가지요. 아마도 대하 13장 7절의 히브리어 본문을 문자대로 번역하면 [개역]처럼 “그 때에 르호보암이 어리고 마음이 연약하여 능히 막지 못하였었느니라”라고 번역되어야 할 터인데, 왜 원문에도 없는 “입”이라는 말은 집어넣어 “그 때에 르호보암이 어리고 마음이 연약하여 그들의 입을 능히 막지 못하였었느니라”라고 번역하였느냐 하는 것이 [개정]을 “개악”이라고 비난한 것 같습니다.

문자적 번역이 특징으로 지적되는 [구역](1911)이나 [개역](1938/1961)의 경우도 고정적 문자번역에 고착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과감한 의역을 할 경우도 있습니다. [개정판](1998)에서도 더러 이런 현상이 보입니다. 역대하 13장 7절의 경우가 바로 그러합니다. 아비야의 말은 지금 여로보암이 북쪽 지파 사람들의 반 反 남쪽 지파 정서를 이용하여 그 세력을 업고 반 反 르호보암 시위대 쪽에서 르호보암을 대항하여 세 굳히기를 했던 것으로 회고하고 있습니다. 여로보암이 난봉꾼들과 잡배들을 모아 반 르호보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아비야는 남과 북이 갈라설 그 당시 여로보암이 군사를 일으켜 왕궁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지 않고(열왕기상하나 역대상하도 그렇게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시위를 일으킨 것으로 봅니다. 그때 여로보암은 북쪽 지파 사람들을 규합하여 르호보암을 향해 군사적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여론몰이를 하고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배경이 이러할 경우에, 르호보암이 무엇을 “능히 막지 못했단” 말인가요? 여로보암이 이끄는 시위 군중들이 왕궁을 접수하려고 쳐들어오기라도 하였습니까? 아닙니다. 왕궁 밖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군이 일어나 쿠데타라도 일으켰다는 말인가요? 아니지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르호보암이 능히 막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요?

르호보암이 지금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반대자들의 험구 險口입니다. 그들이 지금 왕궁으로 쳐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입을 능히 막지 못했다”는 번역은 전체 문맥을 볼 때 가능한 번역일 뿐 아니라, 혹시라도 군사적 충돌에서 르호보암이 반대자들을 물리치지 못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도 있는 아주 좋은 번역입니다. 물어주시고 해명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