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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복학 문제로 학교도 찾아가고, 일부러 갈비탕 시켜먹고 뼈다귀도 챙겨다가 하루걸러 외갓집으로 백구 만나러 갔죠.

그런데 이를 어쩌나,
제 집 옆에 똥 안 누고
오줌을 참다 우는 백구 보다 못해
외할아버지 개 줄 풀어 쥐고
오줌, 똥 뉘러 나갔다가
급하게 줄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만 넘어지셨으니…….
삼촌은 안절부절못하고
자다가도 악몽에 시달리고
어찌할 바 모르다가 또 다시
갈비뼈 챙겨들고
백구 만나러 갔죠.
그런데 백구는 개집 옆에
똥 한 무더기 싸 놓고
밥그릇에 누룽지 밥 그대로 남겨두고
목 줄도 끊어놓은 채
보이지 않았어요.
삼촌은 그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어찌됐냐고 묻지도 못하고
이웃집, 개 사육장 가만히
둘러 보고, 개들은 짖어대고
이리저리 돌아보다 돌아오는 밤길,
부천행 시외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문득 펼쳐 본 손아귀에 쇠 갈비뼈 한 조각.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우리 삼촌은 흐느껴 울었어요.

두개의 삼각형 귀
세운 채 가슴 펴고 꼬리 감고, 반짝이는 별 달고
우리 백구
어디 갔을까
어디 있을까
어디 헤맬까
삼촌이 길을 간다
향방 없이 헤맨다
갈 곳이 없다. 건널목엔 빨간 불
길 건너, 백구가 간다 다시보면
목 줄을 잡은 맹인의 안내견
길 건너 백구가 간다
다시 보니 흑염소
누구에겐가 끌려간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잡혀간다
파란불이 켜지자 사람들 종종걸음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한 여자 아이 눈에 띈다
다리가 불편한지 걸음이 느리다
모두들 다 건너갔는데
아이는 아직 중앙선 쯤
그 때 사내아이 둘 뒤늦게
건널목에 뛰어든다
고등학생쯤 될까
그들이라면 깜빡이는 신호등
바뀌기 전 충분히 건널 수
있겠지…….
그런데 그 아이들 여자 아일
발견하곤
걸음을 늦췄다, 그리고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한 걸음쯤 뒤처져 여자 아이
따라간다
눈치 채지 못하게 천천히 따라간다
중앙선 겨우 넘었는데
신호는 벌써 바뀌었다
사내아이들 손을 들어
정지선에 멈춘 차들을 향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여자 아이도 안간힘을 쓴다
어깨엔 가방까지 메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