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흔히 말하는 ‘나를 주님께 바치겠다’는 서원을 하였고 어떤 방법으로 봉사해야 하는지는 이끌어 주시는 대로 할 생각이었었다. 이제 40여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까 참말로 튀는 생활을 해온 것 같다. 남들처럼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면 좋으련만 왜 내게는 그런 생활을 마다하고 이런 저런, 남이 갖지 않은 독특한 생각을 주시며 또 그것을 행하여야하는 모험심도 주셨는지 모르겠다.

남녀차별이 심한 시대에 태어나, 무조건 남성이 여성을 누르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해, 적어도 남녀 가리지 말고 실력껏 사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다가 “남자와 여자, 목사와 평신도가 함께 협동해서 목회를 하자”는 목사님을 만나, 30여년을 작은교회에서 봉사하였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런 목회를 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남녀차별이나 목사만 우선시하는 신도들이 많은 시대여서 참 어려움도 많았다. 목사라는 직함이 없이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제까짓 게, 하면서 무시하기도하고, 어떤 사람들은 도움을 청할 때는 나에게 해놓고 감사의 표시는 목사에게만 할 때도 있다. 이런 것을 말하는 이유는 감사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목회에서 목사가 아니면 사람취급을 하지 않는 문화를 말하려는 것이다. 단지 목사의 부속품?인 것 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목사를 돕는 사람’ 취급 받는 것이 제일 싫었다. 물론 목사를 도우는 것이어야 하고, 또 목사를 도와왔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할 일이라 여겨 열심히 해왔다. 동시에 내가 목사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목사를 도우며 함께 하는 것이기에 그런 정체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강한 자긍심이 날이 갈수록 더 하여져 온 것 같다. 우리나라 기독교 문화에 진정한 협동이라는 분위기가 없는 것의 변화를 바라며….

그러나 목회나 선교는 협동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옛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내보내실 때 둘씩 짝 지워서 내보내셨다. 바울이 선교하실 때에도 그룹으로 다니셨다. 그래서 목회의 파트너나 선교를 같이하는 멤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금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본래 나는 놀기를 좋아하고 매일 잔치를 열기에 익숙해있다. 김 목사님이 은퇴를 하실 때 ‘아~ 이제 나는 놀아야지’ 하며, 미국에도 가고, 취미생활도하고…. 그동안 하나님 섬긴답시고 그림 그리던 것도 끊고, 피아노도 멀리 했고, 친구들 만나 수다 떠는 것도 못했는데……. 내 머리 속에서는 놀 생각으로 꽉 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목사안수를 받게 되다니! 그것도 남들은 다 은퇴를 해버린 나이에! 이것도 튀는 생활 아닌가 말이다. 처음에는 안수를 받는 분위기가 시작되면서 기가 막혔다.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점점 내 생각이 그쪽으로 짙어가는 것이 무엇일까? 옛날 서원했던 생각도 나고. 건강해지고 있는 내 신체와 아직도 열정 있는 감정은 그대로 있기에 다시 일을 시작하라는 분부인가보다 하고 느끼기 시작하였다.

여러 사람과 상담도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수명이 길어진 시대이고 일을 많이 벌려놓은 나이기에 책임을 다 감당하라는 뜻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 선교를 중요하게 여기며, 나이에 구애 없이 안수를 해주는 교단이 있었다. 내 여동생이 이 교단에서 목회를 하고 있고 노회장까지 지냈었다. 내가 대학원에서 기독교학 공부한 것도 인정해 주었고 모자라는 부분은 계절학기 수업을 받았고 목사고시도 보았다. 이렇게 하여 이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있는 선교목사가 된 것이다.

이 교단에서는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님들도 거의가 선교를 하러 세계를 다니시는 분들이다. 흔히 목회를 하는 목사들이 외국으로 부흥회를 나가면 교인들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는 아예 선교를 하기 위해서 목회를 하는 것 같다. 나는 목사안수를 받으면서 국내에서 하는 선교를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들이나, 군대, 학교, 단체 등에 스며드는 선교를….

어제는 양평에 세워놓은 선교센터인 채플‘식구공동체’에서 노회를 하였다. 1년짜리 햇병아리의 선교목사를 치하해주는 선배목사들 때문에 참 행복했었다. 지금부터는 어떤 일을 하기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가에 관심을 두려고 한다. 그리고 선교하기를 원하는 후배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1년을 기념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는 기도를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한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