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례 님,

또 저를 많이 헷갈리게 하시네요. 늘 중요한 질문 하시면서 바보 같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저를 놀리진 마십시오. 제가 언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단 말입니까? 다만 제가 잘 몰라서 ‘거기까지만’ 대답한 걸 가지고 회피했다니요! 오늘 제기하신 질문도 참 중요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계실 겁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 번역을 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요즘 세상에 불비례는 또 뭡니까? 놀리는 말이 아니라면 t로 바꾸신 메일명이라고 이해하지요.

여리고 점령 사건을 보도하는 이 자료의 연대를 물으셨는데요, 구전 자료는 일찍 나왔을 것이고, 기록 자료는 한참 후 일 것 같습니다. 그거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핀잔을 주고 싶지요? 그러나 우선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까지”라는 표현은 구전이나 기록 전승에서나 다 같이 나올 수 있는 말이라는 점에 착안하고 싶습니다. 짐작입니다만, 어쩌면 라합이 주어진 생애를 다 살고 나서도 한참 후에 이 본문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가[라합이] 오늘까지 이스라엘 중에 거주하였으니”라는 말은 한 여성 개인 라합이 늙어죽을 때까지 이스라엘 사람들과 이웃하여 살았다는 말이 아니라, 한 개인이 그가 소속한 단체를 대표하여 표현되기도 하는 히브리적 사고를 고려한다면 여기 “그”는 라합 한 개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라합으로 대표되는 그의 가족과 후손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 현재의 주석가들과 번역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말 [공동번역성서]가 이 점을 고려하여 문제의 본문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습니다.

창녀 라합과 그의 가문과 그에게 딸린 모든 사람만은 여호수아가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래서 그들이 이날까지 이스라엘 가운데 섞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 여자가 예리고를 정찰하라고 여호수아가 보낸 사람들을 숨겨주었기 때문이다.(여호 6:25)

여기 “그들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 앞에 언급된 “라합과 그의 가문과 그에게 딸린 모든 사람”들이란 말이지요. 그러면 그들 당대 사람들만 그렇게 산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는데요, 이런 기록은 성격상 엄밀한 조약문서 같은 것이 아니라 기록자와 독자 사이에 폭넓은 이해가 전제되는 그런 상식적인 표현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번역은 라합 가족의 “후손”까지도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고 번역합니다.

TEV Js 6:25 But Joshua spared the lives of the prostitute Rahab and all her relatives, because she had hidden the two spies that he had sent to Jericho. (Her descendants have lived in Israel to this day.)

여호수아는 창녀 라합과 그의 가문과 그에게 딸린 이들의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것은 그 여자가 예리고를 정찰하라고 여호수아가 보낸 사람들을 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의 후손이 이날까지 이스라엘 가운데 섞여 살고 있다).

도움이 좀 되셨는지요?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