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9/2013	목차 (2013년 9월호, 제211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연재동화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영혼의 언어와 논리

소년과 구르지예프(16)

Boyhood with Gurdjieff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프릿츠 피터스
Fritz Peters

그가 우리 모두에게 시켰던 수련에 관하여 나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내가 전에 말한 적이 있는 ‘자기관찰’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그것이 실제로 아주 어려운 수련이라고 하면서, 내 모든 집중력을 다해서 가능하면 항상 내가 수련하기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이 수련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그가 과거에 했던 것이나 앞으로도 수행할-대부분의 수련이 그런 것처럼 나와 다른 모든 학생들이 수련할 때 적절히 하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특별한 수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는 것인데, 자신의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반동적인 행동을 아무 말 없이 관찰하는 것인데 그 행동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변화’있으면 ‘그 땐 절대로 실제를 못 봐, 변화만 볼 거야. 자신을 알기 시작할 때, 그럼 변화가 올 거야, 바라면, 그 변화가 바람직 한 거라면 변화할 수 있어.’그는 계속해서 말하면서 자기의 수련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위험하다고 하였다. ‘이 수련은 모두를 위한 게 아냐.’ 그가 말하였다. ‘예를 들면, 백만장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일찍부터 다른 건 말고 이 목표에 몸을 바치는 거야. 성직자나 철학자 또는 교사나 기업인이 되려면, 여기 와서는 안 돼. 여기서만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 될 가능성인데, 현대에서나 특히 서양에서는 안 가르치는 거야.’

그리고나서 그는 나더러 창밖으로 내다보고 무엇을 봤는지 말하라고 했다. 나는 창문에서 볼 수 있는 거라고는 떡갈나무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 나무에 뭐가 달려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도토리들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도토리가 얼마나 되냐?’

내가 대답할 때 꽤나 불확실해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는 성급하게 ‘정확히 대라는 게 아냐. 얼마나 되겠는지 짐작해봐!’라고 말했다.

나는 수천 개쯤 될 거라고 말하였다.

그는 동의하면서 그들 중 몇 개가 떡갈나무가 되겠는가를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많아야 대여섯 개만 떡갈나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하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하나뿐이거나, 아마도 하나조차도 안 될 거야. 자연에서 배워야 해. 사람도 유기체야. 자연은 도토리를 많이 만들지만, 떡갈나무가 되는 도토리의 가능성은 몇 안 돼. 사람도 똑같아. 사람도 많이 태어나지만 성장하는 사람은 얼마 안 돼. 사람들은 이것을 낭비라 생각하고, 자연이 낭비한다고 생각해. 나머지는 비료가 돼. 흙으로 돌아가서 더 많은 도토리, 더 많은 사람, 언젠가는 더 많은 나무, 더 많은 진짜 사람을 만들 가능성을 창조하는 거야. 자연은 항상 주지. 그러나 가능성을 주는 것뿐이야. 진짜 떡갈나무가 되고, 진짜 사람이 되려면 노력이 있어야 해. 너 이해해. 나의 수련, 이 연구원. 비료가 아냐. 진짜 사람을 위한 것뿐이야. 그러나 자연을 위해서는 비료도 필요한 것을 또한 깨달아야 해. 진짜 나무, 진짜 사람이 될 가능성도 이 비료에 달려 있어.’

제법 긴 침묵이 있은 뒤에, 그가 계속했다. ‘서양-너희네 세상-에는 사람에게 신이 준 영혼이 있다고 믿지. 그런 게 아냐. 신에게서 주어지는 게 아니고 자연이 주는 거뿐야. 그런데 자연이 영혼을 주는 게 아니라 영혼을 위한 가능성을 줄뿐야. 수련을 통해서 영혼을 갖추게 되는 거야. 그러나 나무와 같지 않아서, 사람에게는 가능성이 많이 있어. 사람이 현재 존재하듯이 우연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데, 잘못 성장하는 거야.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야. 단지 비료가 아니고, 단지 진짜 사람이 아니고, 사람들이 ‘선한’ 또는 ‘악한’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 될 수도 있어. 사람에게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지. 진짜 사람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야. 진짜 사람은 오직 의식이 있는 거야. 적절한 발달을 위하여 영혼을 갖추기를 바라는 것뿐이야!

나는 그의 말에 경청하였다. 집중하며 긴장하면서. 그때 열두 살이었던 나의 느낌은 혼동과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나의 센스로 그가 하는 말이 중요하다는 건 느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걸 의식한 듯이(실제로 했을 것이 확실한데) 그가 말하였다. ‘선악을 오른손 왼손처럼 생각해봐. 사람들은 양손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양면을, 선과 악. 한쪽이 다른 쪽을 망가뜨릴 수 있어. 두 손이 함께 일하게 목표를 가져야 돼. 제 3의 것을 갖춰야 돼. 두 손 사이에, 선에 대한 충동과 악에 대한 충동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야 해. 전적으로 ‘선한’ 사람이나 전적으로 ‘악한’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 일방적이야. 제 3의 것이 양심이야. 양심을 갖출 가능성은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있는 거야. 이 가능성은 자연이 공짜로 주는 거야. 하지만 가능성일 뿐이야. 진짜 양심은 수련에 의해서만 갖춰질 수 있는 것이고 자기를 먼저 깨닫는 법을 배워야 가능한 거야. 너희네 종교, 서양 종교에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있지. 이 말은 모든 종교에서 가장 중요해. 자신을 알기 시작할 때 순전한 사람이 되는 가능성을 갖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제일 먼저 배울 일은 이 수련, 자기관찰에 의해서 자기를 아는 일이야. 이렇게 안 하면, 그럼 도토리가 나무가 아니라 비료가 되는 것과 같은 거야. 비료는 땅으로 돌아가서 미래의 사람을 위한 가능성이 되는 거야.’(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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