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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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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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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접하는 여자는 구덩이를 파고 초혼의식을 했습니다. 땅 속에 묻힌 혼백을 불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사울은 신접하는 여자에게 사무엘의 혼백을 불러내라고 합니다. 죽은 사무엘의 힘을 빌리려는 수작입니다. 평소 사울은 정적이 살아 있는 꼴을 못 봤습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선지자들은 모두 죽이거나 적으로 돌렸습니다. 충성스런 다윗을 죽이지 못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사무엘 역시 눈엣가시 같은 정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적이 모두 사라졌는데, 다급한 처지가 되자 이제는 죽은 정적의 혼백을 불러내서 도움을 청하려는 것입니다. 산 자와는 협력을 못하고, 죽은 자의 도움은 청하는 사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사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시대만 다를 뿐 죽은 자를 불러내서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권력에 중독된 자들, 제 좋을 대로 국가 권력을 농단하고 이권을 챙기는 자들이 그럽니다. 그들은 죽은 자를 불러내서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쓰겠다는 사람들은 죽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역사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며 끈질기게 불러냈습니다. 죽은 노무현도 불러내서 다시 죽이는 일을 했습니다. 이른바 ‘NLL을 포기했다’는 게 그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권력과 이권을 움켜쥐었으니 그보다 더 크게 남는 장사도 없습니다. 과연 죽은 자들을 이용하여 정치하는 자들에게서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나라의 미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치 도의나 신의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모략과 술수와 억지 주장과 치고 빠지기 등 추악한 그림자만이 춤추는 나라가 되는 것이지요. 해방 68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이 산 정적을 죽이기 위해 죽은 자를 불러내는 정치판이 된 것입니다. 죽은 자의 땅에 사는 이들의 정신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귀신을 추방한 이야기입니다(막 5:1-17). 예수님 당시 갈릴리는 산 자의 땅이라기보다 죽은 자의 땅입니다. 더러운 귀신 들린 자가 공동묘지를 삶의 터로 삼은 배경이 그걸 말합니다. 그것도 그냥 귀신이 아닌 떼거지로 활동하는 군대귀신입니다. 예수께서 귀신들린 사람에게서 군대귀신을 추방하자 뜻밖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도시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와 그곳에서 빨리 떠나라고 밀어낸 것입니다.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산업이 군대귀신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람의 생명보다 경제적 가치가 더 중요했습니다. 산 자를 무덤에 묶어 놓고 번영의 노래에 취한 자들입니다. 저 옛날 사울의 괴악한 짓이 예수님 당시 갈릴리에서도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니.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그걸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예수 앞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군대귀신일지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이 땅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경제적 가치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복음을 믿고 분명한 태도를 취할 때만이 군대귀신은 힘을 쓰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에 분출하는 문제가 많은 것은 그만큼 내뿜는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에너지를 어떻게 창조적인 에너지로 모으느냐는 지도자들의 몫이고, 정치의 몫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죽은 자를 불러내는 정치로는 결코 산 자의 땅이 되게 할 수 없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정치라야 산 자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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