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0 / 2018	목차 (2018년 10월호, 제272호) :햇순:을 읽고.. /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강정규 동시 / 손바닥 동화 실험교실 / 성서연대 /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이야기 공동체소식

성서 난해구 해설

시로페니카아의 그리스 여인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민영진 목사님,
9월 9일 성령강림절 후 열여섯째 주일 성서일과 복음서 본문은 마가복음서 7장 24-37절이었습니다. 시로페니키아 출생, 그리스 여인이 자기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내 달라고 예수께 간청했을 때, 예수께서 그 여인에게 한 말,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막 7:27).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 주님이 원망스럽습니다. 평소에 이방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 분이 정말 우리 주님이 맞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님께서 이방 여인에게 그렇게 경멸에 찬 말씀을 하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끝내 그 여인의 딸을 고쳐주셨으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우리 주님은 그렇다 치고 이 여인은 또 뭡니까?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막 7:28). 개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그렇게 치사하게 예수께 간구해야 합니까?

슬퍼요 드림

슬퍼요 님,

저도 그 날 그 본문 읽으면서 슬퍼요님과 똑 같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슬퍼요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우리 주님이평소에 어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가복음서 7장은, 유대인들이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장로들의 전통이나, 부모를 공경해야 할 자녀가 부모에게 돌려야 할 몫을 “고르반”(제물) 곧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이 되었다고 하면, 부모 공경은 안 해도 된다고, 이렇듯 물려받은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헛되게 한 것(막 7:9-13)을 나무라셨지요. 그러면서 유대인들의 마음속에 “음행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의와 사기와 방탕과 악한 시선과 모독과 교만과 어리석음”(막 7:21-22) 등 온갖 악이 그득한 것을 지적하셨지요.

슬퍼요님의 질문을 받는 순간 제게 떠오르는 시상 詩想이 있었습니다. 정답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귀하의 질문에 대한 저의 응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서둘러 지은 졸시 한 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시로페니키아 여인

민영진

귀신에게 사로잡힌 딸 살려 달라며
예수에게 매달린
시로페니키아 여인에게
애들에게 먹일 거, 개한테 줄 수 없다고
이방인을 경멸하는 유대인의 화법 話法
그대로 사용하면서 유대인을 옥죄는
예수의 한 수

상아래 있는 개들도 주인집 자녀들이 흘리는
빵 부스러기는 얻어먹는다고
경멸을 오히려 방편으로 용납하여 되받는
이방 여인의 한 수 위 응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더러운 것이라고
부모 몫으로 떼어두었던 것
“고르반”, 곧 제물로 하나님께 바치면
부모에게 달리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우기는
유대인이 더 더럽다고
정결예식이 위생적일 수는 있어도
인간 내면의 악덕 못 다스리면 위선이라고
유대인의 입 막힐 무렵
귀신들렸던 딸 멀쩡해진다
하나님의 마지막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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