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성주산을 마주보고 있어요.

더운 날씨에도 산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거실 안으로 내려오지요.

지난 초겨울 텃밭으로 사용하던 산비탈 밭이 공원으로 바뀌었어요.

추워서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보였어요.

꽃피는 봄이 왔어요.

사람들이 산책 하는 모습이 창밖으로 간간히 보였어요.

얼마 전 부터 엄마도 아침마다 다섯 바퀴씩 도신대요.

오늘은 나도 엄마와 함께 아침 일찍 공원에 나갔어요.

미로화단을 지나는데 저만치서 장끼 가족도 산책을 나왔더라고요.

장끼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고 까투리가 꺼병이들과 놀고 있었어요.

참 행복해 보였어요. 늦잠을 자고 계신 아빠께 보여 드리려고 사진을 찍었어요. 가까이 가면 방해 될까봐 멀리서.

비탈길을 오르다가 할머니 두 분을 만났어요.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엄마가 먼저 인사를 했어요.

“아주머니는 몇 바퀴나 도세요?”

할머니 중 한분이 물어보셨어요.

“저는 다섯 바퀴요. 나오기 싫은데 운동하느라고요.”

“우리도 힘들지만 아침마다 돈 벌러 온다 생각하고 걸어요.”

“네 옳으신 말씀이세요. 병원비 갖다 주는 것보단 낫지요.”

엄마가 엄지를 척 올려 보이며 대꾸를 했어요.

“늙은이는 걷는 게 돈 버는 거고, 젊은이들은 건강을 저금해 둬야지.”

할머니들은 언덕길을 내려가셨어요.

부지런히 한 바퀴 돌아오는데 앞에서 추레한 옷차림의 아저씨와 할머니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어요. 고무 슬리퍼를 신고 걷는 팔자걸음이 닮아있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참 다정해 보이는 엄마와 아들인 것 같았어요.

나도 엄마 팔짱을 끼고 씩 웃었어요.

엄마도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