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기독교 용품점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지역에선 대형교회인 한 교회가 총동원주일에 거금 3만원하는 후라이팬을 기념품으로 내걸고 전도를 독려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되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한 천명쯤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참석자가 거의 갑절이나 되어서 즉석에서 쿠폰을 만들어 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이웃교회들에선 심지어 그 교회와 비슷한 교세를 자랑하는 교회에서까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교인들이 심지어 봉사담당자들까지 다수가 출석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용품점 주인이 이렇게 말을 맺었습니다. “목사님, 후라이팬 받으러 몰려 갔더라구요, 그럴 수 있는 거래요?” 그냥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억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웃픈 이야기지요.

교회는 분명 건물이 아니라 ‘믿는 자들의 모임’이지요. 그러나 그 모임을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라고 불려지는 ‘예배당’임을 부정할 수도 없기는 합니다. 다 알고 인정하면서도 그 누구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건물과 시설이 전도해준다’는 주장입니다. 솔직하게 그러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된 로버트 슐러 정도랄까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건물을 짓고 시설을 갖추는 일에 거금을 들이고, 또다시 빚 갚고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심초사하며 무리를 하고. 그러다가 뜻대로 안되면 부도난 교회가 되어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다보니 누구에게 팔았느냐 로 논란이 되고! ‘아픈 자화상’이랄까요.

40여년 전만해도, 중소도시나 시골교회는 대략 비슷비슷했습니다. 큰 교회도 별로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건물의 크기가 좀 크고 사람들이 좀 더 모이는 것뿐이었지요. 건축 자재라야 대개가 시멘트 벽돌과 나무, 그리고 스레트였고, 음향기기도 도토리 키대보기고. 더구나 대부분의 성도들은 건물과 시설이 어떠하든 자기가 섬기는 교회를 귀하게 여기고, 오히려 작고 초라한 심지어 천막 친 교회를 보면 그런 곳에 가서 자리라도 지키는 것이 참된 충성이라고 여겼던 때입니다. 조금 큰 교회들도 겨울엔 냉장고 아니면 연기로 가득하고, 여름엔 찜통이었지요. 그래도 감사와 찬송이 넘치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고 아련합니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찬바람이 제 집처럼 드나들고, 마이크는 계속 찍찍 거렸지만 예배당과 시설엔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오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만 오면 강단 위나 아래나 물통이 즐비했습니다. 옛날 어떤 선비는 비새는 초가에서 우산을 쓰고 앉아 우산도 없는 이웃을 걱정했다지만, 그대로 지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리할 돈도 없고, 의논할 교인도 없고, 나 자신 이런 일은 해 본적도 없고. 정말 사면초가였습니다. 그런 형편이고 보니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할 게 기도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곳에서 도움이 왔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건축일을 하던 청년이 놀러와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가 무보수로 예배당을 수리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때를 놓칠세라 다음 날부터 빠데(?)로 갈라진 틈을 메우고, 페인트를 칠하고…. 하지만. 이젠 됐겠지 하고 자고나면 다시 비가 새고…! 실망하는 내게 그 청년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도사님. 본래 새 집을 짓는 것보다 헌 집 수리가 힘든 법입니다.” 그렇게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한 달이 넘도록 고생한 끝에 수리를 끝냈습니다. 생전 처음 해 본 노가다(?)가 끝나던 날, 교인 분이 제법 큰 개를 끌고 왔습니다. “전도사님, 저 분과 몸보신 하세요”

아, 깜박 잊었네요. 예배당 건물이 제법 높았습니다. 작업 첫 날, 낡은 사다리를 타고 그 청년이 성큼성큼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없이 겨우 올라가서 어찌어찌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내려오는 일이 문제였습니다. 앞을 보면서 내려오려니 까마득한 아래로 처박힐 것만 같았습니다. 이번엔 뒤로 돌아 내려오려는데 사다리 난간을 가늠할 수 없어서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등에는 식은땀은 나고, 시간은 흐르고. 아래선 아이들이 깔깔거리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분초 分秒가 천년 같던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