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오카 교수의 <나의 비아돌로로사>(겨자나무, 2019), 209쪽에 보면 이해하기 힘든, 진술이 있어서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문제가 되는 본문을 우선 그대로 인용합니다. 또 다른 예로 창세기 38:18을 보면 대다수 번역본에는 “그가 유다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더라” 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도 2주차가 되면 이 번역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이 뜻하는 바는 다말의 임신은 유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알고 있어야 왜 베들레헴 사람들이 이제 막 룻과 결혼한 보아스에게 “여호와께서 이 젊은 여자로 말미암아 네게 상속자를 주사 네 집이 다말이 유다에게 낳아준 베레스의 집과 같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룻 4:12)라고 말하며 축복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왜 다말이 룻과 다른 두 여성과 함께 우리 주님의 족보에서 그분의 조상 중 한 명으로 언급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마 1:3). 혹시 저자 무라오카 교수의 이 분분 진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여쭈어 봅니다. 히브리어 본문 ‘바타하르 로/ vatahar lo’를 “다말의 임신은 유다에게 이익을 주려는 것이었다”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 무라오카 교수의 주장인가요? 제가 가지고 있는 60여 종류의 영어 번역들1)은 창세기 38장 18절 번역에서 아무런 의미상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바타하르 로/ vatahar lo’는 “다말이 임신하게 되었다/ she became pregnant” 혹은 “다말이 유다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다/ she conceived by him”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25권의 영어 창세기주석2)에서도 이런 번역에 대하여 어떤 문제를 제기한 언급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오카 교수가 “그러나 이제 막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도 2주차가 되면 이 번역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이 뜻하는 바는 다말의 임신은 유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라고 하는 말은 저 같은 독자를 퍽 당황하게 합니다. 혹시나 해서 민 교수님이 <기독교사상> 3월호(218-223쪽)에 기고하신 무라오카 교수의 <나의 비아돌로로사> 서평 “일제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한 일본인 학자의 참회의 여정”을 뒤늦게 보았습니다만, 거기에도 독자들이 충분히 문제 삼을만한 이러한 진술에 대해 서평자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서평을 맡아서 하신 민 교수님께 드리게 된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무영 드림

송무영 님께,

변명

귀하께서 해주신 이러한 해박한 질문에 대해 깊이 감사합니다. 저도 같은 귀하께서 착안하신 209쪽의 진술에 대해 사실 여부를 저자인 무라오카 교수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서평 제목에서 제시한 것처럼, 모처럼 일제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한 일본인 학자의 참회의 여정을 숙연한 심정으로 읽으면서 학문적 토론은 삼가고 싶었던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물어 주셨고, 제가 또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견을 말한 것이 <햇순> 4월호에 실리면, 이것이 무라오카 교수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부 媤父와 자부 子婦

창세기 38장을 보면, 유다의 며느리 다말은 남편을 여의고 홀로된 뒤에, 시아버지 유다가 말한 대로 남편의 아우가 남자로 성장할 때까지 친정에 머물면서 수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벌써 다말은 두 번이나 남편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둘째 시동생은 너무 어려 혼인을 미루어야 했습니다. 시형제혼인법 媤兄弟婚姻法에 따라 고인의 형제가 홀로된 여인의 남편이 되어야 하기에,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시아버지 유다는 자기의 셋째 아들이 다 성장한 다음에도 그 아들마저 다말에게 보냈다가 또 그 자식마저 잃을까봐 홀로된 며느리 다말과의 혼인을 무기한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유다는 자기 아내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습니다. 그 무렵 다말은 시집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이 없자, 창녀 娼女로 분장하고 홀로된 시아버지 유다가 다니는 길목을 지키다가 그를 유인합니다.

창세기 38장 18절은 긴 이야기의 요약입니다. 창녀에게 지불할 화대 花代가 준비되어 있지 않던 유다는 흥정 끝에 화대로 새끼염소 한 마리를 주기로 하고, 다말의 요청대로, 새끼염소를 줄 때까지 가지고 있던 “도장과 허리끈과 지팡이”를 담보로 잡힙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관계를 합니다. 다말은 임신합니다. 남자는 남자대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였고, 여자는 여자대로 자기의 목적(임신)을 달성합니다.

마지막 진술 “그 여자가 그 남자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다/ she conceived by him”. 이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임신 여부는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석 달쯤 지난 다음에”(창 38:24) 다말의 임신 소문이 떠돌았으니까요. 아마 언어에 따라서는 “얼마 후에 다말은 자신이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말의 임신이 후일 유다에게 유익한 것이 되었느냐 아니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친정에서 수절을 하고 있어야 할 다말이 시아버지에게 창녀 노릇을 한 것이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따지거나, 유다가 창녀와 성관계를 한 것이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진술의 핵심을 벗어난 것입니다. 오히려 현재의 본문에서는 다말은 방법이 썩 칭찬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시형제혼인법에 근거한 여성의 권리, 곧 정의 正義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착안해야 합니다3).

유다의 친구 히라는 그 일대에 창녀가 없다는 것을 유다에게 확인해 주었습니다. 유다가 만난 그런 여자는 그 일대에 없었습니다. 야곱 가문이 또 한 번의 속임수에 휘말립니다. 첫 번 속임수는 이삭이 맏아들 에서를 자기가 죽기 전에 축복하려고 하자, 작은 아들 야곱을 편애하던 이삭의 아내 리브가가 작은 아들 야곱을 부추겨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맏아들이 받을 축복을 가로채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창 27장). 이번에는 가나안 출신의 며느리에게 시아버지 유다가 속는 사건입니다4).

유다와 다말이 낳은 베레스

다말이 몸을 풀고 보니 쌍둥이였습니다. 그런데 서열에 혼돈이 생깁니다. 먼저 손을 내민 아이가 먼저 나온 아이라고 말하면서 산파가 그 아이 손목에 진홍색 실을 감았는데, 갑자기 그 손이 들어가고 다른 아이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불쑥 튀어나왔다고 해서 그 아이 이름을 베레스(“불쑥 튀어나옴”)라고 지었답니다. 먼저 나오려고 하다가 늦게 나온 녀석은 손목에 홍색실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세라(“홍색”)라고 지었답니다. 그런데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는 세라가 아니고 베레스입니다. 룻기에 보면, 늙은 보아스가 젊은 룻을 아내로 맞이할 때 베들레헴 사람들은 “주님께서 그 젊은 부인을 통하여 그대에게 자손을 주셔서, 그대의 집안이 다말과 유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베레스의 집안처럼 되게 하시기를 빕니다.”(룻 4:12) 라고 말하면서, 보아스 부부를 축복했습니다. 그리고 마태복음서의 예수의 계보를 보아도 베레스는 예수의 가계에서 아주 이른 조상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무라오카 교수의 말대로 다말의 임신이 유다에게 이렇듯 복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창세기 38장 18절의 마지막 진술 ‘바타하르 로/ vatahar lo’가 “다말이 임신하게 되었다/ she became pregnant” 혹은 “다말이 유다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다/ she conceived by him”라고 번역된 것이 틀린 번역인지, 그래서 마태복음서 1장의 예수의 계보(3절)에 “유다와 다말, 그들의 두 아들 베레스와 세라, 그리고 베레스의 아들 헤스론, 헤스론의 아들 람”이 들어 있는 것에서 보듯이 “다말이 임신한 것이 유다에게 큰 복이 되었다”라고 번역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무라오카 교수의 의견을 좀 더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무영 님의 질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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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ibleWorks10에 실린 40여 종류의 영어 번역들, YouVersion에 실린 60여 종류의 영어 번역들
2) Logos Bible에 실린 창세기 주석
3) Reyburn, W. D., & Fry, E. M. (1998). A handbook on Genesis (pp. 881?882). New York: United Bible Societies.
4) Ross, A. P. (1985). Genesis. In J. F. Walvoord & R. B. Zuck (Eds.), The Bible Knowledge Commentary: An Exposition of the Scriptures (Vol. 1, p. 89). Wheaton, IL: Victor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