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2/ 2021

 

 

 

 

 

 

 

 

 

 

 

 

  성서 난해구 해설

 

‘아바’가 아빠입니까?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개역한글판>(1956) 마가복음 14장 36절에 나오는 “아바 아버지”가 <개역개정판>(1998)에는 “아빠 아버지”로 나옵니다. 여러 번역을 비교해 보았더니, <새번역>(2004)도, 그리고 가톨릭주교회의 <성경>도 모두 “아빠 아버지”로 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개역한글판>으로 성경을 읽어오면서, ‘아바’가 뭔가 궁금했는데, 그것이 “아빠”인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아빠”마저 우리말이 아니라, 아람어 Abba의 음역 音譯이라고 하니, <개역개정판>을 읽으면서 혼돈이 옵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바’가 차라리 우리말 “아빠”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본 두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역 막 14:36

가라사대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개정 막 14:36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김포에서 박양구 목사 드림



박양구 목사님,


음역된 낱말 표시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성경을 번역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개역한글판>의 “아바 아버지”에는 ‘아바’에 물결줄 혹은 물결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박양구 목사님께서 들으신 대로 음역(音譯/ transliteration) 표시입니다. 1911년 <구역 舊譯> 때부터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이런 물결줄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물결줄에 대한 설명이 없기는 1938년의 <셩경개역>에도 마찬가지이고, 1956년의 <개역한글판>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1993년 <성경전서 표준 새번역>에서, 음역된 말을 굵은 글자체로 표기하면서[실제로는 단순히 굵은 글자체가 아니고, 고딕체를 굵게 쓴 것], “일러두기”에, “음역한 말은 모두 굵은 글자체로 썼다”는 안내가 있고, 해당 낱말이 나오는 곳, 예를 들어 마가복음서 14장 36절에서 ‘아바’의 경우, 본문에서는 굵은 글자체로 쓰고, 각주를 달아, “‘아버지’를 뜻하는 아람어”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2004년 <새번역>이 이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음역된 낱말을 성경에서 고딕체 굵은 글자체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77년 <공동번역 성서>에서부터였습니다. 2005년 <성경>(가톨릭)은 음역된 낱말을 돋움, 곧 고딕체로 표기합니다.

마가복음 4:16 번역에서 보는 ‘아바’

1) 음역한 경우

(1) “아바 아바니” - <예수셩교젼셔> (1887)
(2) “아바 아바지여” - <셩경젼셔> (1911), <셩경개역> (1938), <개역한글판> (1956/1961)
(3) “아바, 아버지” - <신약전서 새번역> (1967)
(4) “아바, 아버지” [각주 “아버지‘를 뜻하는 아람어”] - <표준새번역> (1993)
(5) “아빠 아버지여” - <개역개정판> (1998)
(6) “아빠, 아버지” [각주 “아버지‘를 뜻하는 아람어”] - <새번역> (2004)
(7) “아빠! 아버지!” - <성경> (2005)

2) 번역한 경우

(1) “아버지, 나의 아버지”(막 14:36) - <공동번역> (1971, 1977, 1999)
(2) “아빠 아버지”(롬 8:15; 갈 4:6) - <공동번역> (1971, 1977, 1999)
(3) “‘아바’는 ‘아버지’를 뜻하는 아람어” - <표준새번역> 각주
(4) “‘아빠’는 ‘아버지’를 뜻하는 아람어” - <새번역> 각주

우리말 번역에서 아람어 ‘아바’를 음역이 아닌, 우리말 번역으로 “아빠”라고 번역한 것은 <공동번역 성서> (롬 8:15; 갈 4:6)뿐입니다.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은 각주에서 아람어 ‘아바’가 우리말 “아버지”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성서학자 중에 요아킴 예레미아스 같은 학자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아람어 ‘아바’가 어린이들이 아버지를 부를 때 사용하는 Daddy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Abba”, 1966). ‘아바’가 “아빠”라는 거지요.

그런데 같은 성서학자인 제임스 바 같은 학자는 “아바는 아빠가 아니다”(“Abba Isn’t Daddy”, 1988)라는 연구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요아킴 예레미야스는 ‘아바’가 “아빠”와 같은 친밀어 親密語라고 보는 데 반해, 제임스 바는 ‘아바’를 예절을 갖춘 격식어 格式語라고 본 것이지요.

그래서 영어 번역 중에는 ‘아바’를 “Dad”라고 번역한 역본도 있고(MIT, 2006), “Dear Father”라고 번역한 역본도 있습니다(CJB, 1998).

그런데, 이런 언어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예수께서 어떤 의도로 히브리어 ‘아비’ 대신 아람어 ‘아비’로 하나님을 부르셨는지, 그 심리적 배경이랄까, 아람어 ‘아바’를 간직해 온 마가공동체 안에서,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기들끼리 사용한 위상어 位相語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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