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나님의 나라 운동과 악령추방’이란 제하의 두 번째 글이다. 이번 글과 그 다음의 글에서 필자는 하나님의 나라 운동으로서의 악령추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칠 것인가? 그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하며, 우선 예수께서 펼치신 하나님의 나라 운동의 성서적 전거 典據를 살펴보려고 한다.

예수님은 그의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선포하신 첫 설교가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1:15)는 말씀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예수님의 첫 설교의 주제가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이고, 그 설교가 곧 ‘회개를 촉구한 설교’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가복음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할 것은,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의 징조로서 많은 기적을, 18개의 기적을 행하셨는데, 그 중에 첫 번째의 기적이 더러운 귀신을 축출한 ‘악령추방’(막1:21-28)이라는 것이다.

이토록 예수님의 첫 설교의 주제가 ‘하나님의 나라’이고, 그 설교가 곧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라는 것과 하나님 나라의 징표로서 더러운 귀신/ ‘악령을 추방하신 일’, 이 셋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운동의 본질이며 방향이기도 하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 basileia tou theou란 하나님의 통치 곧 하나님의 주권/왕권이 지배하는 나라를 말하고, 회개 metanoia란 더러운 귀신/악령의 지배에서 벗어나 하나님께로 돌아가서 그의 지배를 받는 ‘방향전환’으로서의 ‘주권교체 Herrschaftwechsel’내지 ‘주인교체’이며, 이 같은 주권/주인교체는 악령이 추방될 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E. Thurneysen). 그러므로 예수의 하나님의 나라 운동으로서 악령추방은 결국 ‘주권교체’를 추구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 같은 주권교체 내지 주인교체가 되기 전, 즉 악령이 추방되기 전의 인간실존과 사회현상을 복음서에서 읽을 수 있다. 마가는 “그들의 회당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있다”(막1:23)고 하는데,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라고 번역된 원문은 ‘?νθρωπο? ?ν πνε?ματι ?καθ?ρτ?’ (더러운 영 안에 있는 한 사람)이며, ‘귀신’으로 번역된 원문은 ‘πνε?μα’(영, 靈)이다. “더러운 영 안에 있다”고 한 것은 “그 사람 안에 더러운 영이 있다”는 의미이다. 바울의 말대로라면 그 사람 안에 ‘하나님의 영’이 있어야 하는데(롬8:9), 하나님의 거룩한 영 대신에 ‘더러운 영’이 그 사람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하나님 대신에 그 더러운 영이 그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바울이 인간 실존을 “죄의 종노릇 한다”(롬6:20)고 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므로 예수의 하나님의 나라 운동으로서 악령추방은 곧 사람 안에서 주인노릇을 하는 사탄의 ‘더러운 영’ 대신에 하나님의 ‘거룩한 영’으로, 그 주인을 바꾸는 ‘주인교체’이다. 이는 곧 인간을 종노릇하게 하는 그 죄에서 자유롭게 하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하고 눌린 자를 자유하게 하는 해방(사61:1; 눅4:18)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종노릇하게 하는 죄와 인간을 사로잡고 있는 ‘더러운 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더러운 영이 무엇이기에, 마가는 회당 안에 있는 한 사람이 더러운 영안에 있다고 하는가? 마가는 그의 복음서에 숨겨 놓고 있다. 그러나 마태는 사람을 더럽히는 영이 무엇인가를 밝힌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데, 그것은 음란,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독, 사기, 방탕, 배신, 모독, 교만등, 이 모든 악한 것들이 속에서 나오고, 그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마7:20-23)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나쁜 생각, 그것들이 속에서 나와 악행을 저지르게 되고, 그 악행이 사람과 우리 사회를 더럽힌다는 뜻이다. 사람을 죄짓게 하고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그 마음속의 탐욕,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그 욕심을, 마가는 ‘더러운 영’이라고 한 것이다. 마가는 회당 안에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한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 한 사람은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것은 회당 안에 경건하게 앉아있는 유대인들 모두가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있고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속에 더러운 영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나 자신과 우리 교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더러운 영/악령의 정체를 밝혀내고 우리 사회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적폐를 들추어냄으로써 예수께서 펼치시는 하나님 나라운동과 악령을 추방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서두르며’ 사는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 백성공동체로서의 교회가 감당해야 할 이 시대의 사명이다. 다음번의 글에서 하나님의 나라운동으로서의 악령추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한국기독공보사의 ‘주간논단’ 의 원고청탁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운동과 악령추방’이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집필 한 것을 햇순과 공유합니다.

김종렬 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