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와 축제의 공동체(신 26:1-15)

본문의 주석

＊26:1-3

①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정착 定着한 때가 상정된다. 그들이 정복한 땅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시는 그 땅’으로 묘사되고 있다.
② ‘하나님이 너희에게 주시는 땅’이 거듭 확인되며 그 땅의 열매를 하나님께 드릴 것이 예시된다.
③ ‘모든 농산물의 첫 열매’를 가져갈 곳은 ‘주 너희의 하나님이 당신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으로 지정되어 있다.
④ 예물을 가지고 ‘직무를 맡은 제사장에게 가서’ 공동체를 대표하여 한 사람이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예전의 본보기가 시작된다.
⑤ 보고자는 하나님의 약속을 상기하며, 하나님의 은총과 도우심으로 정착하게 된 것을 확인하며, 제사장 앞에서 하나님께 아뢴다.

＊26:4-11

① 제사장이 대표에게서 건네받은 공동체의 예물 광주리를 제단 앞에 놓는다.
② 그리고 나서 공동체를 위한 예전이 제시된다. 그러나 대표 한 사람이 공동체를 대신하여 아뢴다.
③ 예전의 뼈대는 민족의 형성과 수난의 역사를 확인하고, 그 수난사 속에 개입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회상하고 확증하며, 증언하고 고백하는 데로 이어진다.
첫째, 그들의 조상은 ‘떠돌이’였다.
둘째, 남의 나라에 가서 몸붙여 살았다.
셋째, 그들이 번성하여 강대한 민족이 되었다.
넷째, 그러자 그들은 이집트 사람에게서 학대를 받고 강제노동을 하게 되었다.
다섯째, 고통 가운데서 신음하며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하나님이 ‘강한 손과 편 팔과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건져내시고 ‘출애굽’하게 하셨다.
여섯째, 주께서 이끄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차지하게 하셨다. 그래서,
일곱째로 ‘주께서 주신 땅의 첫 열매를’ 봉헌한다. 이 표현들은 그들의 땅이 가나안 사람들의 바알 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주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재확인 하는 것이다.
④ 이 예전에서 신명기 저자의 신학과 신앙의 중심을 재확인한다. 독특한 예배의 중심을 본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스라엘을 향한 은총으로 나타나고, 하나님의 백성은 그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서 이 예전을 살린다. 그 구체적 표현이 첫째는 감사예물의 봉헌이요, 둘째는 그 예물의 나눔과 섬김으로 이어지는 친교이다.
⑤ 감사제가 친교와 공동체적 축제로 이어진다. 이미 본문의 배경에서 살폈듯이 공동체가 경험한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은 공동체가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감사의 예물을 드리고 하나님께 경배한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삶의 축제와 경축을 누려야 한다.
⑥ 다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제사장에게 수발을 들면서도 땅을 소유하지 못하고, 거룩한 직무를 맡는 사람으로서 특권을 누리지도 못하는 레위 사람과, 이방인들 곧 ‘너희 가운데서 사는 외국사람’들이다. ‘떠돌이’ 조상들이 남의 나라에서 ‘외국사람’으로 살며 소외당하고 억압받으며 고생했던 역사를 회상하고 확증하는 것이 오늘의 고백과 증언으로 나타나야 할 뜻을 여기서 재확인한다.
⑦ 다른 사람들, 곧 신분도, 계급도,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와 너희의 집안에 주신 온갖 좋은 것들을 누려라” 하시는 명령은 신명기의 모든 강조점을 하나로 모아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기독교적 사랑의 독특성과 차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기존의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서 ‘끼리끼리’ 나누어 먹고 함께 누리는 그런 속 좁은 사랑이 아니다. 배타적 친교가 아니다. 기존 관계의 밖에 있는 사람들과, 동류의식을 가질 수 없는 ‘낯선이’와 ‘떠돌이’와 ‘함께 온갖 좋은 것을 누리는’ 포괄적 친교를 드러낸다.
⑧ 민족의 수난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총과 거룩한 섭리를 회상하고 증언하며 거기에 따른 감사와 예물의 봉헌은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경배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선물과 나눔으로 표현될 때에만 온전해지는 것이다. 은총과 감사, 은총과 응답에 대한 성서적 표본이며, 그 응답이 나눔으로 나타나는 원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