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와 축제의 공동체(신 26:1-15)

맺는 말

매년 추석 명절에 이천팔백 만이라는 엄청난 수의 민족 대이동을 지켜보며 한겨레의 저력과 열정을 재확인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쉬움을 느끼며 왜 한국교회는 이때를 기해서 추수감사절을 지키지 않는가 하는 해묵은 물음이 다시 치솟는다. 그 저력과 열정을 수렴하고 승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어째서 살리지 못하는가?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미국교회의 풍습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세기 전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나 이제는 아니다. 지구촌 시대를 살면서 하나의 장터가 되고 있지만 오히려 문화적으로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다원주의 사회가 아닌가? 글로칼 마인드Glocal mind를 떠올리면서 확인할 것이 있다. 보편성은 세계화의 추세와 더불어 유지해야 할 것이지만, 특수성은 지방화의 성향과 함께 더욱 명백하게 살려야 한다.

한국교회는 먼저 문화적 측면에서 미국문화의 세례를 받은 모습을 벗어야 한다. 교회의 건물양식과 예배형식, 특히 찬송가와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관습에서 미국인들의 개신교 문화를 걸러내야 한다. 비판하고 여과하여 좋은 것은 살리고, 나머지는 성서적 진실과 우리 역사와 고유문화의 아름다움을 접목시켜 새로운 교회 문화를 일구어내야 한다. 그 가운데 한 범례로 감사절을 추석이나 추석에 가장 가까운 주일을 택하여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제가 그야말로 민족의 저력과 열정을 승화시킬 수 있는 제사공동체가 되며, 아울러 친교공동체와 축제공동체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겨레만이 지닌 힘과 역동성으로 삶을 맘껏 경축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추석에 지키는 감사절의 열기와 친교의 경축에서 솟구치는 힘을 또 한해를 거뜬히 날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