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장 삶의 거룩한 예술

이제 우리는 영혼의 돌봄에 대한 플라톤의 여러 가지 표현 가운데 하나인 삶의 기술, techne tou biou,로 되돌아갈 수 있다. 영혼의 돌봄에는 기술(techne) 즉, 숙련, 집중 그리고 예술이 요구된다. 고도의 예술성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영혼이 그 속에 계속해서 개입하도록 하는 작은 일까지 집중하는 것을 뜻하며, 이것이야말로 영혼 만들기의 핵심이다. 어떤 의미에서 삶을 아주 크게 개괄하고 보면 오직 큰 사건들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영혼에게는 가장 사소한 세부사항이나 가장 평범한 활동들을 정신 바짝 차리고 예술 감각을 가지고 수행할 때 지니는 효과는 그들이 겉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것을 훨씬 넘어선다.

예술이란 화가의 화실에서나 미술관의 전시장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가게나 상점이나 공장이나 가정에도 있다. 사실상 예술이 전문적인 예술가들의 영역으로만 유보될 때, 미술과 일상의 예술 사이에는 위험할 만큼 점점 큰 괴리가 생긴다. 예술을 미술관에 유배시키듯 해놓으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의 자리 매김을 하는 일은 못하게 된다. 가장 효과적인 억압의 형태 가운데 하나는 그것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다.

심지어 예술 학교에서조차 기술적 관점이 종종 압도적이다. 젊은 화가들이 소재와 사상 학파들에 대해서는 배운다. 그러나 자기 직업의 영혼에 대해서나 자신의 예술 작업의 내용 속에 있는 심층적인 의의에 대해서는 배우는 바가 없다. 음악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예술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 레슨에서 오실로스코프에 매달려 자기 음성의 매개변수를 측정하고, 개선할 영역을 조사받는다. 이와 같이 순전히 기술적인 학습방법이 시작되기에 앞서서 영혼은 재빨리 빠져나간다.

우리 자신이 어떤 전공을 특별히 하든 안 하든, 예술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예술은 넓게 말해서 우리 모두를 관상(기도) 속으로 초대한다. 물론 이것은 현대 생활 속에서는 희귀한 품목이다. 바로 그런 관상의 순간에 예술은 세계의 현존을 강화시킨다. 우리는 세계를 더 생생하게, 더 심층적으로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공허하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 공허는 자신이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감지하거나 전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실패한 까닭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진득하지 못하고 몸을 빼려한다면, 우리는 공허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예술은 집중력을 유도한다. 그것은 영혼에 대한 중요한 봉사다. 영혼은 발 빠른 삶 속에서는 성장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영향을 받고 받아들이고 반추하는 일들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적으로 산다는 것은 ‘쉼’처럼 단순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사물들에 의해 정지되어 쉼을 얻을 수가 없다. 현대 생활의 공통적인 징후는 생각할 시간이 없거나, 심지어는 하루의 인상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영혼으로 화할 수 있다. 영혼을 만들 수 있는 그릇은 성찰과 경이로 빚어진 내면의 컨테이너이다. 만일 날마다 몇 분 동안의 시간을 내어 조용히 성찰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심리치료의 경비와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소박한 행동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놓치는 것을 제공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무위의 시간이지만 영혼에게는 필수적인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영혼의 돌봄에 있어서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간을 내는 일이다. 그것은 쉼에 가까울 뿐 아니라 지극히 소박한 제안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영혼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시간을 내고 보면, 우리는 그 일들을 더 친숙하게 알게 되며 더욱 순전하게 그들과 연결됨을 느낄 수도 있다. 현대의 영혼 상실이 나타내는 여러 가지 징후 가운데 하나는 자연이나 사물은 물론 같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으로서, 이는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에 대하여 우리가 시간을 매년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적인 삶은 때로 가정을 위하여 물건을 살 때에도 시간을 들여 영혼을 지니고 사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좋은 리넨이나 특별한 러그나 소박한 찻주전자를 사면 그것이 우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또한 자녀와 손자들의 삶 속에서도 풍부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영혼은 이처럼 연장된 시간 감각에 의해서도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먼저 시간을 내서 잘 관찰하지 않으면, 그래서 얼마동안이라도 함께 하지 않으면, 사물 속에서 영혼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관찰은 거기에 상당한 친밀감이 있게 마련이다. 단순히 소비자 안내를 읽으면서 사실 분석이나 기술 분석을 살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표면과 조직과 느낌, 질감은 효율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떤 물건들은 다른 것보다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경우도 있고, 더욱 판타지가 꽃피우는 것은 영혼의 징조이다. 어느 항공회사 중역이 한번은 나에게 이야기하면서 자기 앞에 놓인 두 가지 직업 사이에서 결정하느라 고심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는 품위와 권력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고 반면에 다른 직업은 편안하지만 평범한 것이었다. 첫째 것은 그가 느끼기에 동료들 가운데서 높이 인정받을 만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그의 생각은 드라이하였다. 둘째 것을 두고 그는 진종일 상상하였다. 그는 머리 속으로 벌써부터 자기 사무실을 디자인하며 스케줄을 짜기 시작하였다. 그가 풍부한 상상을 한 것을 봐서는 보다 낮은 직업이 그의 영혼에게는 더 매력이 있었다는 것이 아주 명백하였다.

우리가 날마다 집에서 실행하는 일상적인 예술이 그들의 소박함이 암시하는 것보다는 우리 영혼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잘 설명은 못하지만 나는 설거지하기를 즐긴다. 우리 집에는 자동으로 접시 닦는 기계가 일년도 넘게 있지만, 그동안 한번도 쓴 일이 없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매력이 되는 것은 닦고 헹구고 말리는 의식을 거치면서 환상에 잠기는 것이다. 스위스의 융 심리학자 마리 루이즈 폰 프란츠는 옷감을 짜는 일과 뜨개질도 영혼에게는 특히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성찰과 환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집 바깥의 빨랫줄에 옷을 걸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긴다. 신선한 냄새, 젖은 직물, 부는 바람, 말려 주는 햇볕 이 모두가 함께 해서 독특하면서도 특히 그 소박으로 인하여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게 만든다. 사진작가 드보라 헌터는 여러 해 전에 빨랫줄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옷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이름을 붙이기가 어렵지만, 이런 사진들 속에 있는 한 가지 요소가 일상생활 속에 있는 생명력과 심오한 즐거움과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터치해서 보여주는데, 그 모두가 집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출간되지도 않았지만, 여성 천문학자 진 롤이 관찰한 바로는 일상의 가정생활이 현현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의 경험 속에는 우리가 다만 집중하기만 하면, 가정과 정원을 지켜 주는 영들이 아직도 움직이며 말하고 있다.”고 글에서 밝힌다. “그들은 갈라진 틈으로 슬쩍 들어와서 기계가 조금 고장 난 데서도 느껴지게 만들고, 꽃밭에서는 계획되지 않았던 싹이 돋고, 기름칠해서 막 닦아놓은 식탁 위에 햇볕이 얼른 비칠 때 눈이 멍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바람이 불어 깨끗한 빨래가 신선하게 춤추도록 안무하는 그런 것들로 나타난다.”

집에서 실행되는 많은 예술이 특히 영혼에게는 자양분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관상을 더 잘하도록 키워주거나 어느 정도의 예술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꽃꽂이나 요리나 수리하는 일들이다. 내 친구 한 사람은 벌써 여러 달째 시간을 들여 자기 집 식당 벽 아래쪽 판넬에 정원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때로는 이런 일사의 예술이 개성을 끌어낸다. 그래서 그런 집엘 들어서면 그 집에만 있는 특별한 측면을 보면서 집주인의 특별한 성격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상적인 일들 속에서 영혼에 집중하면 별난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더욱 개성 있는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 있는 일이다. 한가한 오후가 되면, 나는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있는 슬리피 홀로 공동묘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깊은 공동묘지에 솟아 있는 작은 언덕 위에 에머슨의 묘가 있는데,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직사각형의 전형적 회색 묘비들과는 대조적으로 붉은 줄무늬를 가진 둥근 옥석이 눈에 띈다. 소로와 호손은 약간 거리를 두고 누워있다. 나에게는 그의 괄목할 만한 묘비가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을 반영하고, 그의 영혼의 위대함과 동시에 내뻗어 주는 힘과 함께 묻혀 있는 작가들의 공동의 현존이 그야말로 그 자리를 참으로 거룩하게 해준다.

상상력이 심층의 자리로 옮겨지도록 하고 보면, 거룩한 것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떤 사물을 중심으로 우리가 더욱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경험할수록, 그리고 그것이 지닌 예술성에 사로잡혀서 우리의 성찰이 더욱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거기서 나오는 거룩함은 그만큼 더 충만해진다. 그 때에 뒤따르는 것은 예술적으로 삶을 산다는 것이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삶의 세속화에 대하여 강장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물론 공식적인 종교의식이나 전통적인 가르침 속에 빠져듦으로써 종교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게 조화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 종교’를 모든 사물 속에서 발견함으로써 종교의 영혼에 봉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발견에 이른 길은 예술인 바, 미술과 일상생활 속의 예술 양쪽이 다 해당된다. 만약 우리가 삶의 기능성을 꽉 잡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우리 자신이 사로잡히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세속적인 삶의 태도가 종교적 감각에 굳건히 서서 토대를 잡게 하고, 일상생활에다 영혼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암시하는 것은 우리가 영성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영혼의 관점에서 거룩함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상상력이 흔치 않은 깊이와 충만함을 성취할 때, 거룩함이 나타난다. 성경과 코란과 불경과 모든 종교의 의식서들이 우리를 감동시키며 예외적인 범위와 깊이를 더해가며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 경전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우주에 대하여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멀리 뻗어나가는 것과 아울러 궁극적인 가치를 우리가 발견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조금 덜 형식적인 것으로 말하자 하여도, 어떤 상상력의 근거가 되는 것이라도 풍부함과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종교적 감각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을 관통하는 심층적인 이미지나 주제가 그런 것에 의하여 노정될 때, 이른바 세속적인 문학과 예술이 종교적 감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중세의 학문관, 즉 신학이 궁극적인 학문이고 그 밖의 모든 학문은 (겸손히 봉사하는) ‘보조적’인 학문이라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절대적으로 옳다. 모든 문제가 제 아무리 세속적으로 보일지라도, 저마다 거룩한 차원을 지니고 있다. 뭐라도 지나칠 만큼 강조하다보면, 거룩한 것이든 악마적인 것이든 어떤 것이라도 대항하는 결과에 이른다. 세속적 학문들로서 물리학,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나머지 모든 학문들이 신학적인 범주가 부족한 데서 멈추니까, 그래서 과학적 ‘객관성’은 유지하지만 영혼은 상실하고 만다. 종교적 감각과 영혼은 불가분의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특정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나 신앙이 영혼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거룩한 것에 대하여 견고하고, 뚜렷하고 또 지적으로 만족스러울 정도로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영혼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조건(sine gua non)이 된다는 것이다.

이 주제는 그 나름으로 책 한 권이 요구되지만, 신학이 모든 이에 대하여 관심한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경험들로 오로지 종교적으로 고려될 엄청난 깊이를 지닌 문제에 대하여 터치하기 때문이다. 쿠사의 니콜라스가 한 말을 상기하자. 즉, 하나님은 최소이며 동시에 최대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일들이 인간 실존의 커다란 문제 못지 않게 거룩하다.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예술가가 되고 신학자가 되고 보면, 우리도 영혼의 영역인 깊이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가 그런 일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들을 키우는 대신에, 오로지 대성한 화가나 미술관에다만 예술을 맡긴다면, 그 때는 우리의 삶이 영혼을 위한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우리가 종교를 주말에 교회에다 맡길 때도 사정은 똑같다. 그렇게 되면 종교는, 비록 고상하게 격상된 주변일지라도, 삶의 주변에 남게 되고 삶은 영혼을 위한 기회를 상실한다. 공식 종교와 마찬가지로, 미술도 때로는 아주 고상하다. 반면에 어떤 상황에서는 영혼이 낮은 경우이고,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가족적이고, 공동체적이고, 느낌이 있고, 친밀하고, 애착이 가고, 연대적이고, 개입적이고, 명상적이고, 감동적이고 시적이다. 한 작품의 영혼은 멀리서가 아니라 친밀하게 알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역시 종교의 영혼은 천사 같은 것과 악마 같은 것과 직접 사귀는 속에 놓여있다. 그것은 신비 속에 일상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거기에 상응하는 윤리를 개인적으로 찾는 것이다. 영혼 없이도 종교적 진리나 도덕적 원칙을 믿을 수 있고, 어쩌면 토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겐 진심으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며, 존재의 핵심이 되어 살아갈 수도 없다.

꿈 : 영혼에 이르는 왕도

영혼의 돌봄에는 연금술적인 의미에서 ‘작업’이 포함된다. 영혼을 돌보는 일과 동시에 무의식 속에서 산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때때로 영혼의 작업은 신나고 감동적이다. 그러나 또한 그 일은 종종 도전적이며, 만만찮게 용기가 요구되기도 한다. 드물게 쉽기는 하지만, 영혼과 더불어 작업하는 것이 보통은 우리가 잘 방문하지 않는 곳에 거리낌없이 자리매김이 되는데, 그런 정서 속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것도 원하지 않고, 그런 이해심을 가지고는 없이 지내기를 더 좋아한다. 가장 정직한 길은 아마 가장 택하기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우리 내면 속에 있는 가장 도전적인 자리를 방문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고, 우리에게 가장 심한 공포를 안겨주는 이미지를 똑바로 마주 들여다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도 높은 작업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곳에 영혼의 근원이 있다.

관심의 집중이 가장 많이 요청되는 정서의 부분을 우리가 결코 택하려 하지 않는 까닭에, 나는 보통 권장하면서 환자들이 점점 더 깨어있는 의식으로 꿈을 대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생시에는 직면하기 아주 어려운 이미지들을 거기서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꿈은 진정으로 영혼의 신화이며, 꿈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은 삶을 보다 더 예술적으로 만드는 일에 있어서 주요한 부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