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03
|
|
|
|
|
||
|
|
11/2003 |
|
|
||
|
|
|
|
|
||
|
|
|
|
|
|
|
|
|
현장의 소리 |
|
|
|
|
|
||
|
|
|
|
|
|
|
|
||
|
|
목사, 편집위원,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대표 |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는 가끔 장애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는데 당신들이라면 들어줄 것 같으니 한 번 만나자는 것이다. 이런 전화는 위드뉴스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올해 연초부터의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에 기자는 할 말이 없었다. 지난 7월초 현재의 사무실로 이전하기 전에는 장애인의 접근성이 전혀 불가능한 시설에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위드뉴스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세 번의 이사를 했다. 첫번째 사무실은 서대문구 냉천동에 위치한 건물로 5평 정도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4층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편의시설은 전혀 없었고 3사람이 조심조심 통로를 움직일 정도의 열악한 상황이었다. 다음으로 옮긴 사무실은 종로구 송월동의 산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워낙 가파른 길 위에 위치했다. 그곳에서도 3층인 사무실은 계단이 좁아 한쪽에 가방을 매면 걸릴 정도였다. 그래도 15평정도 되어서 업무와 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문제는 편의시설과 장애인의 접근성이었다. 사실 안타깝게도 위드뉴스의 상근 기자 중에는 장애인이 없다. 그래서인지 상근자들은 매일 아침 등산을 하는 심정이지만 접근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없었다. 그러나 위드뉴스를 방문하려는 장애인들에게는 가능하면 안 만나거나 제3의 장소를 택해야만 했다. 몇 달 전 중증장애인과 꼭 필요한 만남을 두고 고심했던 적이 있다. 우리 사무실에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에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호텔의 커피숍이다. 우리 형편에 그 비싼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난 그곳에서 커피 값을 치르며 분노가 치밀었다. 커피 값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대부분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지하나 2층 이상에 위치하고 있다. 설령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중간에 장식물들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위드뉴스는 기획팀과의 회의도 이웃 사무실을 빌려서 해야하는 형편이었다. 고민 끝에 지난 7월초 무리를 해가며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 할 수 있었다. 몇몇 장애인들을 모시고 입주식을 할 때의 기분은 정말 말할 수 없었다. 모순 속에서 숨죽임이 한 순간에 해결된 기분이었다. 어제(9월 29일)는 그간 위드뉴스에 기고를 하고 있는 박지주 씨를 만날 일이 있었다. 숭실대학교와 소송으로 이름이 알려진 투사(?)로 기억되는 박지주 씨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그간 위드뉴스를 통해 기고했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할 겸 만남을 약속했지만 거의 한 달만에 만날 수 있었다. 박씨와의 만남은 외부에서 만날 형편이었는데 마땅히 만날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박씨의 제안은 효창공원 앞에 공터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공터 앞은 공사중. 그러나 박씨는 당황해 하지 않고 차 안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이런 만남이 익숙했던 박씨였지만 나는 처음으로 차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장애인들은 어디를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가?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는가? 이러한 장애인의 고통을 사람들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가? 몇 달 전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 씨가 장애인 전용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유명인인 그도 장애인이 되어서, 휠체어를 타며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잠시 품었다고 한다. 이제 시설과 복지관 중심의 장애인 지원과 관련한 정책에서 생활 속으로 그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장애인들이 불편함, 부조리를 하나 하나 깨 나가는 것이 과연 복지국가를 이루는 길이 아닐까?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