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커다란 일을 연기한다는 것이 전에는 결코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던 것이다. 나는 평생토록 꾸물거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긴박할 때에는 기꺼이 결정을 내리며 살아왔다. “물론 의구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말하였다. 아무것도 이제껏, 그리고 지금은 더욱 더, 그토록 순수하게 그리고 완전히 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장에 여러 해 동안 헌신했던 삶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사람들은 내가 왜 수도 공동체를 떠나서 어렵게 얻어서 신부가 다 된 기회를 포기했느냐고 종종 나에게 묻는다. 나는 그 대답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가 나의 외부적인 삶과는 직접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정말 안다. 나는 이상을 계속해서 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 말고 다른 무엇이 내 속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없으나 느낄 수는 있었다. 그것은 배아 같은 생명의 씨앗이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게로 왔다.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까닭은 우리가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수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내 머리가 희어지거나 피부에 반점이 생기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다만 한 점의 의심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부분이 내가 무시하지 못할 생명체였다. 그것이 그 다음으로 이어진 모든 삶을 생성시켰다.

나는 그때까지 여러 해 동안 소명감 속에서 살아온 진정한 신자였다. 그러나 내가 원장실을 나서던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된 새 삶은 오직 자기물음의 가장 작은 점을 통하여 입구를 발견하였다. 나는 머물 것이냐 떠날 것이냐 하는 문제를 안고 결정을 못해 씨름하는 그런 수도사는 아니었다. 내가 아마 두 번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일은 있었다. 결국 나의 의심은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이나 영성의 길에 대한 믿음은 어떤가? 거기에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가? W. B. 예이츠는 상호 교차하는 나선형에 대하여 말하였는데, 반대 쪽 것이 서로에게 통과해 들어가면서 화해가 된다. 그는 윌리엄 블레이크를 이용한다 : “무덤들의 밑바닥에는 정반대되는 것들이 평등하게 옳은 자리가 있다.” 나는 종교와 세속적 삶에 대한 디어트리비 본회퍼의 마지막 생각을 상기한다. 그는 말하기를 우리는 이 세속적 삶 속에 들어가야 하며, 그 가운데서 가장 강한 지점에서 하나님을 필경 언급은 하지 않아도 거기서 발견해야 한다. 우리가 만약 하나님이나 영성의 길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선형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콧노래도 음악도 운동도 없다. 우리는 신앙과 시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를 누릴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고요는 영성의 생명력이 끝나가는 신호가 될지 모른다.

아마 의심이란 말이 적합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믿음은 가지고 씨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자신들을 위하여 믿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묻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심이란 무의식의 시대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믿음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의심이 그 자체가 아니고 순간의 직접적인 만족 너머에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불신앙인 만큼 무신앙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공과 돈에서 의미를 찾으며, 아래쪽으로부터 신앙과 불신앙을 둘 다 경험하는데, 그러면서 무시한 신앙의 모든 징후에 의하여 두들겨 맞듯이 납작해진다. 그 때 가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인생이 두 쪽이 나는 고난과 혼동 속에서(경이롭게)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경이는 우리가 지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살아있다는 징조이다. 그러나 우리가 물음을 묻지 않으면(경이롭게) 의아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오로지 가장 신경질적인 신앙만이 영성의 경이를 비판한다. 나는 하나님이 마치 나의 삶과 세계 속에 인격적으로 현존한 듯이 살아갈 온갖 이유를 찾는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는지 날마다 의아하게 생각한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인생이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살지만, 스스로 유물론자라고 주장하는 친구나 동료들에게 이 점에 대하여 도전 받는 것을 느낀다. 나는 융이 사후생에 대하여 질문을 받고, 깊이 생각했지만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면서 자기가 알기로는 자신은 그런 것을 안 믿는다고 한 것에 대하여 나는 (경이롭게)의아하게 생각한다. 융은 과연 망상적인 영지주의자인가, 연금술적인 파시스트인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처럼 자존심이 강한 구루인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재능을 타고났고, 지성적이며, 개방적인 (옛날의)동방박사 같은 사람인가?

융이 내가 일찌기 경험한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혼에 대하여 뭔가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어떤 친구가 고전적인 임사경험에 대하여 들려주는 이야기에 신빙성을 어느 정도 둘 수 있을까? 그런 것이 미스테리 가운데 가장 큰 것에 대한 경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순전한 침입인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신앙의 문제에 대하여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는, 순전히 영적인 실증주의인가?

하나님과 불멸에 관한 미스테리에 대한 이런 물음들이나 경이가 아주 작게 말하더라도 나의 생각에 깊이를 더해주고, 나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나는 해답을 얻거나 나의 물음들에 대한 결말에 도달해야 한다고 기대도 안하고 그렇게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경이의 나선형은 안정된 신앙의 나선형에까지 이르도록 역설적으로 나를 이끌어간다. 단순한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힘차게 진동하는 신앙을 갖게 해준다. 아마도 오늘의 세속주의자가 자본주의와 자기실현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대하여 약간의 의심을 가지면, 그것 때문에 덕을 보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 딕킨슨의 불신앙에 대한 경향을 다룬 글 읽기를 즐기는데, 이는 곧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세계와 인생을 사랑하고 깊이 신뢰한 사람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문제제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걸림돌(스캔들)이 되었다. 그러나 거기에서부터 그는 일종의 영혼에 대한 경전 곧 그의 시를 창작하였는데, 그것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삶에 대한 확신 때문에 믿을만한 것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는 거룩한 바보의 으뜸 모범으로서, 그는 자기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대단히 괴벽스럽다고 할 만한 라이프스타일로 끌어가는, 그리고 동시대인들이 억지로라도 고쳐야한다고 느꼈던 시적 양식을 향하여 끌어가는 자신의 뮤즈를 뒤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