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및 그룹 과외 중. 고생 / 국. 영. 수 성심지도 B중. 고 수석졸업, S대 교육학과 연락처 ; 전화 668-9521 삐삐 ............ 핸드폰 ..........

그날 아침도 아빠는 아파트의 현관을 나서다가 게시판에 붙어있는 광고에 눈길이 갔어요.
떼어가기 쉽도록 문어발같이 가위질한 열 가닥의 연락처는 초록빛 융단판에 어제와 다름없이 압핀으로 꽂혀 있어요.
전화 번호뿐만 아니라 삐삐 번호까지, 삐삐 번호뿐만 아니라 핸드폰 번호까지, 도합 석 줄이나 타이핑된 문어발은 어제 그제 며칠째 그대로였어요.
아빠는 담밸 한 가치 꺼내 물었어요.
라이터 불이 자꾸만 꺼져요.
승용차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차를 빼고 있어요.
바람이 불어요. 아빠는 부지런히 걸었어요. 주차장 곁의 광고판에 붙어있는 문어발들도 마찬가지, 버스 정류장 옆의 전봇대에 붙어 있는 문어발들도 여전해요. 열 개 모두가 무사했어요. 버스도 좀처럼 오지 않구요.
아빠는 커피자판기 옆으로 돌아서며, 간신히 담뱃불을 붙였어요. 콜록, 콜록 기침이 나와요.

“아부지?”
“왜야?”
“2학기부턴 제 등록금 걱정 마세요.”
“장학금 받게?”
“그건 아직 모르구요.”
“그럼?”
“중, 고생 과외하면 되거든요.”
“얼말 받는데?”
“한 학생당 30에서 50만원까지 받는대요.”
“그렇게 많이?”
“그럼요, 그것두 줄을 선대요.”
“살판났구나…….”
“그러니 염려 놓으세요. 오히려 제가 아부지 용돈 드릴게요.”
아들이 S대에 합격한 날이었어요. 아빠는 모처럼 목욕탕에 다녀와 발톱을 깎고, 엄마는 빈대떡을 부치고 있었어요.
“세상에, 너댓 명만 맡으면 당신 월급보다 웃돌겠우…….”
엄마가 거들며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아서라, 돈을 그리 쉽게 벌어서는 안 되는 법,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자.”
아빠가 고집을 세웠어요. 그래서 아들은 우선 ‘롯데리아’에서 닭다리를 자르고 설거지를 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