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10월 12일, 처음으로 고속철을 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는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감을 느끼게 한다.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육 교사와 함께 경상남도 창원의 경남도교육청을 방문하기 위해서.

지난 6월 말, 장애아동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가 장애인들이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20여 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실태조사를 통해서 벌인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정작 일선 교육 업무를 시행하고 지도 감독하는 각 교육청은 교육부의 이런 약속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2005년 예산을 전년도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학부모들이 다시 일어났다. 지금 울산, 경남, 서울 등 전국의 교육청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삭발을 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12일 경남 창원 경상남도교육청에서도 기자회견과 함께 3인의 장애아 부모들이 삭발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김운자(42)씨. 그는 9년전 출산 직후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딸 윤임(9)이가 정신과 육체 모두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아가 되었다. 2년간 병원을 상대로 법적인 싸움을 홀로 진행해서 의료사고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그 후속조치는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의 수명을 8세로 정해서 8세까지의 치료비만 보상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고로 인해 사망을 한 경우는 평균수명인 70세 이상의 나이까지의 평균수입을 계산해서 보상을 받지만 장애인이 된 경우는 대부분 10세 이하의 수명을 인정해 최소한의 치료비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수명을 진단하는 사람들이 의사들이기 때문에 자기식구 감싸기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윤임이는 장애는 있지만 아직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물론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앉고 서거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24시간 보호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상태는 아니다.

김씨는 이날 여자로는 유일하게 삭발을 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긴 머리를 가진 김씨는 삭발을 한다는 생각에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 제발 머리 자르지 마세요”라며 울며 매달리는데 그것을 달래느라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것은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니가 어떻게 하니”하며 가슴이 무너지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장애아를 둔 대부분의 심정이 이렇다. 그들의 바람은 “하나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주세요”이것이 대한민국 장애아동 부모들의 절절한 마음이다. 일부의 가정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장애아 가정은 다닐 학교가 없어서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해서 학교를 다녀야할 학령기 아동의 60% 이상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닐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중에 50% 이상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다.

지난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칠 때 장애인들의 마음은 그들과 달랐다.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았다. 남들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대한민국이 장애인들은 철저하게 외면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윤임이 엄마는 찬바람 속에서 삭발을 한 채 농성장인 천막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말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김씨는 윤임이가 가장 이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