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요 거룩한 일입니다. ‘마음은 행동의 원천이요, 행동은 마음의 반영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마음을 기도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경험이 내면에 자리할 때 종교적 차원에서 영성이라 한다면, 외향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의 일차적인 면이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도는 신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이요, 관계맺음이요, 공존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는 하나됨의 길입니다.

그러나 기도는 흔히 하나됨보다는 더 많이 가짐과 커짐과 높임을 위한 도구나 수단처럼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세태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이들도 기도의 존엄과 능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도를 아예 안 하거나 모르는 사람들은 기도에 대하여, 그리고 나아가서는 영성이나 종교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기도는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될 때, 남는 일은 걱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흔히 하고자 하는 일이나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걱정합니다. 그 걱정은 일상화되어서, 어떤 면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워져 있습니다.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에 부딪히면 의례히 걱정을 하게 됩니다.

최근에 우리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걱정이 일상화된 듯이, 뭔가 뜻을 가지고 산다는 사람들까지도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이른바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회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든가, 심지어는 ‘...교단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모임 내지 운동은 그만큼 다양화되고, 다변화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최근에는 어디를 가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아졌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을 만나면,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말씀하듯이 ‘거룩한 고민’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큰 걱정이 많습니다. 이른바 ‘나라를 위한 걱정’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우국충정’의 발로이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난 날 망국의 한을 품고 살던 시절 ‘저 밖에 모르고 살던 무지랭이’가 아니고서는 ‘나라를 위해 걱정하는 것이 뜻있는 분들의 근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런 분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우리의 유산이 된 것 또한 우리는 소중히 여김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분들의 희생정신과 얼을 기억하고, 기리고, 감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끌어 올려 승화시켜야 마땅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뜻을 되뇌이자면, 단순히 ‘계승’할 것이 아니라 ‘발전’시키고, 나아가서 ‘승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논리적 제한을 명백히 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걱정하는 것은 숭고한 자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이들은 나라를 위하고 염려가 된다면, 걱정을 할 일이 아니라 기도를 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일찍이 말씀하였듯이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기도와 간구로써 모든 것을 하나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생각과 마음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주실 것입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종교적 차원이나 영성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신의학이나 원형심리학의 과학적 관점에서도 명백히 지적하는 것입니다. 같은 문제나 고민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은 불안, 초조, 스트레스, 공포, 우울로 빠져들게 만들고, 좌절과 자포자기에 빠지게 하든가, 아니면, 돌출행동이나 역공으로 나가게 만듭니다. 결과는 대체로 비관적이거나 비극적으로 끝나기 일수 입니다.

그러나 걱정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은 당장에 문제 해결은 보지 못할지라도 정신적 심리적 불안이나 공황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감성과 행동의 조화 속에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밝게 보기 때문에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마침내 통합적인 시도의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기도의 영성을 이런 차원에서 재인식하고 재조명할 때, 우리는 분별의 지혜와 통전적 영성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성찰해 봅니다. 나라를 위한 걱정이 되면, 곧 바로 나라를 위한 기도로 변환시킬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