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에 김영운 목사를 중심으로 시작한 공동체 성서 연구원에서는 공동체 운동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 모이는 잔치를 벌인 것이다.

각 지역에서는 목사님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한 주일에 한번씩 모여 성서연구를 하며 예배웍샵을 해온다. 에니어그램 수련회에서는 참다운 인간상을 찾아가며 영성과 연결하며 성서를 읽으면서도 에니어그램을 함께 비쳐보며 수련을 한다. 다솜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남을 섬기면서도 당당한 자기를 찾아가기 위한 공동체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햇순에 녹아들며, 우리의 하나됨을 위해 서로가 연구하며 대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왔다. 아직도 세상은 흑백의 논리 속에서 상대방을 찌르며 동시에 자기 자신도 상처받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 햇순은 잔치를 열었다. 손님은 한 사람도 없었다. 햇순을 읽는 독자들인 식구가 모인 것이다. 누구를 일부러 초청한 것도 아니다. 몇 달 전부터 햇순에 광고를 하였다. 「2004년 10월 7일 6시 프레지던트 호텔 19층에서, 회비는 30,000원」처음에는 신청해 오는 사람이 없어서 확인을 위한 전화를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았다. 100호 기념이기 때문에 100명 정도는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런데 150명은 넘게 온 것이다.

잔치를 준비하는 것도 공동체적으로 자발적인 봉사를 하였다. 사회는 65세 할머니와 15세 중학교 남학생이 맡았다. 제일 먼저 공동체 성서연구를 하는 형식으로 예배를 드렸다. 성서 본문은 디모데 전서 2 : 1-8절. 교회력에 따른 차례대로 읽은 본문이다. 성서봉독을 한 후에 느낌을 잠깐 나누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은 목사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기 의견을 표시하면서 너무나 화를 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은 새번역에 보니까 남자들이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하는 일이 없이 모든 곳에서 손을 들고 기도하라고 하였는데, 남자들이 자성해야겠다는 말을 하였다. 어떤 평신도는 목사님이 강단에서 설교를 하면서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를 해야겠다고 하였다. 찬송가 483장과 487장을 정말 힘차게 불렀다. 반주는 피아노에 권경연씨가(에니어그램 22기) 풀륫은 러시아인인 안토니오씨가 맡아 주었다.

7시에 저녁을 먹었다. 저녁식사는 왜 또 그렇게 고급스럽던지, 장어구이랑 연어회는 아마 우리가 호텔꺼 다 먹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보고 싶던 얼굴들이 맞닿는 시간이었다. 불교 경전연구팀의 김재성 박사님까지 오셨으니 너무 기쁘다. 성공회 김성수 주교님, 박경조 주교당선자님등 나눔의 집 윤세나 부제님을 비롯해서 사무실팀들이 모두 오셨다. 멀리 대구의 구미정 박사는 수업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오셨고, 안산의 ‘신나는 집’ 팀들도 전철타고 찾아찾아 왔다고 한다. 이렇게 공동체성서연구와 공동체문화원에 속한 식구들의 멋있는 식사가 있었다,

KBS오케스트라 단원인 황미령씨가 친구 단원들과 함께 들려준 찬송가메들리! 나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감사를 하였다

에니어그램 23기인 임은희 권사님은 본래 첼리스트인데 노래는 또 왜 그렇게 잘 부르시는지! 나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그 호텔에 몰려 온 하늘천사들과 먼저 간 성도들과 주님이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을 느껴 보았다.

햇순편집위원인 김영운 목사, 민영진 목사, 신선 전도사, 구미정 박사, 이은재 목사는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발행인 인사로, 감사의 말, 성서의 부분을 잘 읽도록 돕는 이야기,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마음, 햇순처럼 마른 땅을 비집고 나오는 진실된 마음과 행동, 편집을 하면서 행복했던 이야기 등을 들으며 호텔의 신세계홀은 조용한 곳이 되어 버렸다.

각 지역에서 성서연구를 하는 목사님들의 영상축하 메시지를 보며, 왜 모두 그렇게 잘 생겼는지! 하나님의 작품들을 감상도 한 시간이었다. 김옥라 회장님은 90세가 가까이 되는 분인데도 그렇게 아름답게 김영운 목사님과 팀들을 칭찬해 주셨다. 김성수 주교님은 햇순의 권두언 이야기까지 기억하시며 패션이 격정도 되고 수난도 되고 열정도 되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셨다.

평화포럼의 강원용 이사장님과 월드비젼의 오재식 회장님도 축사로 함께 하여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축사시간이었다.

다솜학교 학생들이 공간에 대한 자기들의 생각을 마임으로 해 주었는데 어른들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를 한 내가 한마다 하였다 “이렇게,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머리가 나쁘다니깐.” 한바탕 웃고 나서 해석해 준 말은 가운데 선 아이를 향해 둘러 선 아이들이 공간을 좁혀 우겨쌈을 해올 때 마치 포로가 된 듯이 가운데 선 아이는 “싫어, 싫어, 오지마.”를 외친다. 그때 다른 한 아이가 나아와 원의 연결고리를 끊어놓으면서 그 아이는 자유가 된다. 그리고 점점 넓게 공간을 만든다. 아이들은 좁은 공간 보다 넓은 공간이 좋다는 것을 표현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퍼포먼스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자인 심효식 군이 노래를 했고 모두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빙빙돌면서 100호 잔치를 마쳤다.

30년 만에 처음 해 본 모임이었는데 우리 모두가 한 식구라는 의식과 함께 이 공동체운동이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