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지금 대구인데 좀 만나자!” 오산에서 목회를 하는 고향 후배가 전화를 했다. “뭐 대구라고 대구는 무슨 일로 왔는데 나 지금 교회 있으니 일 보고 교회로 와” 6월 어느 날 고향 후배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함께 그가 불쑥 내민 것이 이 책이다. “형, 왕대일 교수님에게서 책을 두 권 받았어. 형 한 권 해” “어, 전도서에 관한 책이네 그래 잘 읽을게 고마워”

"전도자의 질문, 전도서의 해답" 이 책은 이렇게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와서 필연과 같은 큰 흔적을 내면에 남겼다. 그리고 전도서에 대한 갈증이 해갈되는 경험을 하게 했다. 전에 전도서를 읽을 때 알 것 같으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전도서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는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 내가 읽은 전도서는 온통 인생들이 하는 것이 허무하고 뒤집혀있음을 이야기 했다. ‘그래 인생사에 부정과 불공평이 만연하고 인생에서 하는 일들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지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허무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인가?’ 전도서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시원함을 얻지 못했다. 이 책 이전까지 전도서는 나에게 답답함이었는데 이제는 ‘그래 이것을 생각하며 살아야겠구나 이것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말씀이 되었다.

구약학자인 저자는 전도서의 저자와 관련해서 그 책의 성격을 분석했다. 전도서에서 전도자가 죽음과 관련해서 참으로 많은 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고 그는 지금 죽음을 멀지 않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인생이다. 전도서는 평생을 왕으로 살았던 사람이 인생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삶에 대한 진솔한 통찰이 담겨 있고 인생살이의 진한 반성이 담겨 있는 참회록의 성격이다.

저자는 전도서 1장 2,3절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해 아래에서’하는 모든 일이 헛되다 해의 지배를 받는 세상에서 하는 일이 헛되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인 인생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해 위 하나님,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까지 확장되지 않는 인생살이가 허무하고 헛되다는 뜻이다. 전도자가 해 아래에서 즉, 하나님과 영적 세계 없이 살아봤을 때 할 수 있었던 것이 돈과 명예와 권력과 쾌락이었는데 이것들은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다. 해 아래 그것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누구보다 부와 명예를 누려봤고 어느 누구보다 권력과 쾌락을 누려봤던 전도자가 해 아래에서 이 모든 것이 헛됨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하고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 위’ 하나님에게까지 확장되지 않는 인생, ‘해 아래’에 머물러 있는 인생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헛된 삶을 살아가는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전도자의 관찰과 깨달음을 생활지침으로 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세 가지만 소개하겠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전도자는 전도서 8장에서 세상사의 인과응보가 뒤집혀져 있다고 탄식했다. 세상사가 공평하지 않다고 탄식했다. 그렇게 말하던 전도자가 9장에서는 그래도 세상에는 공평한 것이 있다고 꼬집어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임하는 그 모든 것이 일반이라” 인간의 죽음이다. 누구나 다 죽게 된다는 현실 앞에서는 인간이란 다 공평하다는 것이다. 또한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즉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현재를 잡아라 Carpe Diem’, 즉 ‘오늘 현재에 충실하라’이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

일상을 소중하게 누려라: 전도자는 9:7-10에서 먹고 마시는 것, 입고 단장하는 것, 아내와 지내는 것, 일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하라고 권한다. 본문이 말하는 것은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날마다 대하는 음식을 기쁘게, 즐겁게 먹으라는 것이다. 날마다 대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접하라는 것이다. 날마다 감당하는 업무를 귀하게 간수하라는 것이다. 일상이 모여 일생이 된다. 일상을 치유함으로 일생을 치유하게 된다.

나누라 그것이 남는 인생이다: 전도서를 읽다보면 우리는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도자는 ‘무슨 재앙이 임할는지 알지 못하고’ ‘만사를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알지 못하는 세상살이이지만, 그래도 아는 것이 하나 있다는 투로 전도서 11:1은 소리치고 있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떡을 베푼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나누고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 떡을 하나님께서 기억하시고 도로 찾게 하신다. 살면서 나누는 것,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