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가치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다.

난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눈치껏 잘 챙겼고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시는 줄 알면서도 왠지 마음이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회있는 대로 아버지를 도와드리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것이 나의 생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인정받는 것’ 바로 그것 말이다!

나는 생일, 기념일 등을 유난히 챙기는 편이다.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내 생일날 어쩌다가 기억 못하는 몇몇 친구들을 보면 말은 안 해도 은근히 서운함이 자리잡고 만다.

그런 내 자신의 마음을 읽고나면 ‘내가 참 유치하구나’하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다 품앗이 정 아닌가? 내가 친구들을 생각하는 만큼 그 친구들은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을 말끔히 지우기는 어려웠었다.

또, 나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편이다. 쑥스럽지만, 인상 좋다는 얘기도 곧잘 듣는데다가 어릴 때부터 혼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재미있고 좋았다. 나 또한 함께 있는 이들에게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환대하는 방법을 많이 터득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어떤 때는 사람들에게 너무 지나칠 정도로 친한 체를 하여 지나고 보면 내 자신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나의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히 하거나 돕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몰인정해 보여서 죄책감이 들곤 했었다. 그런 연유로 남에게 칭찬하거나 기분 좋게 부추겨 주는 것 또한 나의 장기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 이렇게 내가 호의를 가지고 대하는 이들이 나에게도 똑같이 호의를 가질 거라는 나의 어리석은 기대 때문에 간혹 조금 무심하긴 하지만 죄 없는 사람들이 내 쌀쌀함의 화살을 맞곤 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내 안에서는 ‘넌 도대체 왜 그 누구보다도 사랑이 많은 나에게 냉랭하게 구는 거니? 난 너에게 호의적이라구!!!!’하며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런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나는 내 감정을 감추지 못해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곤 한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런 성향이 더 짙게 나타나는데, 소유욕이라고나 할까...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을 때도 많다.

또 꼭 알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게 내 자랑으로 들리는지.. 실은 내가 사실을 말한다면서 자랑을 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간혹 나를 허영심 많고 허풍스러운 인간으로 평가해 서운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감정 풍부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나라도 마치 깨진 독에 물 붓듯이 내 호의와 사랑을 모른 체 하는 사람과 부딪힐 때에 나는 그 누구보다 무서운 얼굴을 가진 공격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심한 말을 퍼붓기도 하고 명령조로 얘기하며 내 주장을 합리화해 버린다. 사실이건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고, 보통 때에는 마음 상한 것을 얼굴에 드러내긴 해도 이렇게 까지는 아니다. 다만, 먹고 싶은 것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거나, 머리나 배가 아파지면서 전체적으로 힘이 쭉 빠져 감기나 몸살을 앓곤 한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마음과 몸이 너무 잘 통하는 체질인가 보다. 기분이 나쁘면 금방 몸이 아프다. 아프면 잔다. 아프지 않으려고 돌아다니다가는 충동구매도 한다.

반대로 내가 충분히 나의 의미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만족감이 느껴질 때에 나는 의기 충전의 ‘에너자이저’가 된다. 지치지 않고 마냥 웃고 뭐든 베풀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럴 때 간혹 나는 규모 없이 소위 “내가 쏠게!!!!”를 연발해 용돈이 남아나질 않아서 곤란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감정의 극과 극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면서 살아온 나에게 에니어그램이라는 창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볼 기회가 오게 되었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고, 왜 내 자신을 위한 친절은 베풀지 못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말도 잘하면서 정작 힘들 땐 힘들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심통만 부리는 어린애 같은 나였다.

남의 이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남의 잣대에 날 맞추려 했으니 오죽이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을까? 그러니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병이 날만도 하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내 삶을 점점 날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복수심을 키워 날 배척한 사람이 상처받기를 은근히 바랬던 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베푸는 것이라면 이런 모순 따위는 없을 터였다. 이렇게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지며, 그간 내가 그렇게 자랑(?)해 왔던 일들이 얼마나 교만한 행동들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2번의 덕목이 ‘겸손’인가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나에게 주어진 가슴 따뜻하고, 너그럽고, 사려 깊은 마음을 내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내 몫을 감당하며 사는 삶! 그것이 아닐까? 이제는 내가 힘들고 사랑받고 싶을 때 얼굴은 붉히겠지만, 내게 필요한 것을 표현하면서 내 삶을 살아 내고 싶어진다. 남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말이다.

2번 유형이 건강하지 못할 때에는 8번 유형의 좋지 못한 특성을 가지게 되어 기대가 커서인지, 실제로는 그렇게 아끼는 사람에게 결국 분노를 터뜨리고 말아 그동안 잘해온 것을 다 깎아 먹곤 하지만, 건강할 때는 4번 유형의 솔직한 감성주의자가 되어 내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득한 웃음으로 봉사하고 협조해 주면서도 항상 맘속에 ‘숨어있는 동기’를 품고 온갖 감각을 세우고 있던 내가 감정에 충실하며 초연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겸손하게 대한다면 그렇게 내가 소원하고 바라는 -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 더없이 “사랑”스런 모습으로 서있지 않을까 하며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자~이제는 변하는 나 ! - 나는 희생당했다거나 학대받았다고 느끼던 감정에 집착하던 것,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있다고 두려워하던 것,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도록 강요하던 것을 포기한다!!반대로, 나는 내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그들을 놓아줄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주었던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또 하나! 이건 내가 개발한 건데, 손거울을 하나 살 생각이다. 가지고 다니면서 남들을 보는 횟수는 점점 줄이고 나 자신을 수시로 보면서, 참다가도 화를 내지는 않는지,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밝은 나의 웃음을 아주 날씬하고 순수하게 정화시키기 위한 표정을 연습하는 거다.

마음의 거울인 에니어그램과 나의 손거울~! 오늘부터 나는 거울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