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보면 그것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다. 43라 2742는 내 자동차 번호이다. 번호를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43은 4더하기 3을 하면, 7이다. 7은 온전한 숫자이다. 그리고 2742는 ‘둘이서 친한 사이’이다.

온전한 관계를 이루려면 둘이서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과 나 사이도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하고, 나와 너 사이에도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코이노니아 신학을 가지고 있는 나는 사람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번호가 이쯤 되고 보니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일 먼저 가졌던 자동차의 번호는 9129였다. 나는 운전을 나이 50이 되어서야 배우기 시작하였다.

대학교에 다닐 때 장난으로 운전을 해보다가 크게 부딪칠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겁이 나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나라도 하지 말자’라고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운전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교회에서 할머니들을 모시고 다닐 때 택시를 잡으면 세워주질 않는 것이다. 80년 대 중반에 승차거부를 하는 차가 많이 있을 때였다.

하루는 할머니들을 모시고 예배드리러 가는 길인데 내가 길옆에 서서 택시를 세웠더니 세워주었는데 내 뒤 가로수 밑에 서 계시던 할머니들을 택시 쪽으로 부르는 순간 그 택시는 쌩하니 떠나버린 것이다. 너무 기가 막힌 나는 그때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하였다. “하나님, 나 운전 할래요, 힘 주세요. 당신의 일을 하려니까 차가 필요해요.”

운전학원에 등록하여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였더니 아이들이 고시공부 하느냐고 놀리기까지 하였다. 1차에 이론과 실기에 다 붙어버린 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였다. 운전을 할만한 사람이 늦게까지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며 ‘저 사람은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첫 번 차의 번호가 9129 (‘구원의 일을 이루구’)인 것이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운전을 시작한 차의 번호이다.

하나님의 구원의 일에 내가 동참하여 일하기 위해 운전을 시작하였고 차를 달라고 기도하여 얻은 번호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을 굳게 믿고 시작한 운전이기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차 속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하다. 운전하기를 겁내하는 나의 손을 주님이 잡고 핸들을 돌리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친구나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는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것을 더 좋아했고 둘이만 친한 것보다 셋이나 여럿이서 친한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데 자동차를 운전하고부터는 차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참으로 좋다. 찬송 테이프를 틀어놓고 같이 부르기도 하고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어떤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2742 번호를 받고부터는 소리지르는 일보다는 기도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나님과 둘이서 친한 사이가 되었나보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일어난다. 이유는 재미있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차에서 42라는 번호가 눈에 띄면 기분이 좋아진다. 42가 앞에 있든지 중간에 있든지 뒤에 있든지 간에 하루에 한번 42만 눈에 띄면 ‘감사’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세다보면 어느 날은 30번도 더 눈에 띈다.

42를 찾다보니까 내 소원이 소박해지는 것 같다. 한번이 목적이기 때문에 하루 2번 이상 보게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넘쳐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42라는 번호가 30번 이상 눈에 띄는 날은 재미있다 못해 나중에 귀찮아지기까지 한다.

42라는 번호를 찾다가 깨닫는 것이 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복을 넘치도록 주시고 계시구나! 주신 복을 가눌 생각은 안하고 더 달라고 요구를 하거나 나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만일 내가 42 찾는 것을 하루에 10개를 목표했다면 나는 매일 스트레스 속에서 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42라는 숫자를 하루에 한번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번호판 속에서 42 하나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소박한 꿈! 하나님과 내가 사이(42)좋은 관계가 되는 것! 영원토록 갖고 싶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