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기

새해가 되면서 우리 모두의 구체적인 관심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이 소중하게 존중되어질 수 있을까?”이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우리의 생명이 “존엄한 가치로 잘 보전되겠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에 우리들은 참담하게 여러 형태로 짓밟혔던 생명들을 보면서 말할 수 없이 분개했었고 무서워서 떨었다. 교회들은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께로부터 태어났으므로 마땅히 잘 유지되고 지켜져 풍성하게 발전되어야 함을 선포하고 있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역사가 바로 생명운동이므로 하나님의 생명살림을 이 땅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나갈 때 사실상 생명운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역사는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피의 역사와 죽임의 문화가 지배하고, 생태계는 고통과 신음으로 인한 절망만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들로 말미암아 새로운 생명운동을 펴내셨던 것이다. 우리의 참 생명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신 목적은 바로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요10:10)이라고 하신 말씀대로 우리는 “새로운 생명운동”으로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고백과 결단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 가야하겠다.

생명밥상운동

재작년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환경주일을 기념하여 멋진 포스타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이 포스터를 지금까지 냉장고에 붙여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보며 한 구절씩 읽어보곤 한다. 산과 나무와 들을 배경으로 땅인 지구 위에 온가족이 둥근 밥상에서 정겹게 식사하는 풍경이다. “생명의 밥상으로 몸과 지구를 살리소서” 1. 몸에 좋은 것은 지구에도 좋다.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 가공식품을 삼간다. 외식을 최대한 줄인다. 2. 깨끗하고 단순한 밥상은 주님을 기쁘게 한다. 계획 구매하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조리하여 먹을 만큼 덜어낸다. 육식보다 채식을 즐긴다. 3.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다. 생명주심에 감사하며 천천히 먹는다. 내 몸과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음식쓰레기는 재활용한다. 이 포스터에 담긴 여러 글귀들을 새기며 실천해 가는 동안 밥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자세 그리고 식사습관이 많이 고쳐졌다.

간단하고 채식중심인 밥상에서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고 생활의 단순화가 점점 몸에 익어졌다. 차츰 이런 단조로움에서 느끼는 행복감, 음식물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 식사의 절제력과 경건함, 감사가 이어지고 여유로워지는 자신의 변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생명밥상을 나누는 사람들

안상님 목사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목사로 안수를 받고 여성교회를 목회하면서 교인들과 그동안에 같이 활동했던 여성계, 교계 등의 여러 사람들과 생명밥상에서 만나는 일을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생명밥상운동에 찬동하며 활동하는 그로써 집에서 생명밥상을 차리는 일은 자신의 목회에서 가장 쉽고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한옥에 사는 그는 현관지붕 시멘트 슬래브에 흙을 퍼다 만든 텃밭에서 직접 가꾸고 기른 무공해 채소들을 밥상 가득히 준비해 놓고 참석한 이들이 마음대로 음미하면서 즐기는 풍성한 밥상, 필요한 만큼만 덜어 먹고 음식 쓰레기는 절대로 남기지 않는 밥상, 20가지도 넘는 잎사귀들로 만든 효소 물, 사과, 호박 등 후식으로 살리미(살림하는 사람, 생명을 살리는 사람)의 솜씨가 밥상 분위기의 맛과 즐거움과 웃음을 더해준다. 음식을 나누기 전에 생명밥상에 둘러앉은 이들이 함께 살리미 기도문과 생명밥상 노래를 부른다. 그에게서 된장 미역국 만들기, 전자렌지로 약식 만들기 등 간단한 요리법도 전수 받는다. 우리는 식사가 끝나면 생명밥상을 차리는 성서적 근거를 확인해 보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더불어 사는 생활을 배우려고 한다. 첫째, 마태복음 6장의 일용할 양식을 간구하는 주기도문에서, 둘째, 출애굽기 16장의 만나에서, 셋째, 창세기 1:29말씀에서, 넷째, 이사야 11장의 동물들이 풀을 뜯는 채식의 모습에서, 다섯째, 마태복음 6:11-12의 함께 나누어 먹고 남은 것을 다 모으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음식에 대한 소중함과 절제를 배우는 것이다. 살림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므로 생명밥상운동은 바로 살리미의 삶이요,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목회요, 생명을 풍성케 하는 일이라는 고백에 뜨거운 감동의 파장과 생명의 에너지를 느낀다.

그렇다. 이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에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줄 사랑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은 생명밥상에서의 만남이 될 수도 있겠다. “한 솥의 밥을 먹으면 정이 든다”는 말을 되새겨 보면서 서로가 이런 생명밥상을 차릴 수만 있다면 좀더 훈훈하고 정겨운 새 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방법, 작은 몫을 실천해 생명을 풍성하게 나누며 살고 싶다.

안상님 (여성교회 목사) 목사님의 글 중에서 우리 집에서는 음식찌꺼기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식탁에서 쓰레기로 나오는 것은 과일껍질이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상에 놓고 물장수상을 만든다. (예전에 수도시설이 없을 때 물장수가 물을 길어오면 밥상을 차려주는데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음식을 만드느라고 나오는 찌꺼기나 풀을 마당에 묻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 요즘에는 흙누룩이라는 것을 사다 섞어 묻는데 그러면 아주 좋은 흙이 된다. 우리 집에는 대문 위의 슬라브에 흙을 올려 만든 밭이 있다. 그 작은 밭은 채소를 가꾸는 나의 놀이터이기도 하고 거름 제조장도 된다. 하나님과 함께 자연을 살리는 길이라는 신앙고백이 이런 일을 하면서 기쁘게 사는 길을 열어 준다. ----------------- 안상님 목사님의 글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홈페이지(http://greenchrist.org)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