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실로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배웠습니다. 정치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숱한 갈등과 혼란을 겪으며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하고 또 소중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잃은 것을 우리의 내면에서 찾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우리는 흔히 ‘평범한 것이 위대한 것이다’ 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결코 쉽게도 가볍게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이 말입니다. 너무 평범하게 여긴 나머지 진부하게 느끼기까지 하는 이 말이 그 무게를 새롭게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우주 속의 존재’로서 ‘인류의 현실, 온전함, 의의’ 이런 것입니다.

이것이 일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리얼한 인간의 실종’으로 나타납니다. 로이 핀치는 말합니다: ‘지식과 사회적 파워는 도처에서 통제불능의 상태로 자라났다. 늪지대에서 뿜어 나오는 독기처럼 ‘비현실’이 현대 문명 속에 모든 수준의 삶 속에 침공해 들어와서 그 궁극적 근거를 여기에 둔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런 현상은 ‘생각과 행동의 분열’로 나타납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원형심리학의 대가로 꼽히는 제임스 힐먼은 이를 두고 ‘햄릿적인 문화’로 부를 만큼 현대인들에게 만연되어 있음을 일깨웁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 따름입니다. 그는 그래서 힘주어 말합니다. ‘인생의 전적인 목표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햄릿적인 분리 현상을 극복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문명인들이 사고와 행동의 분열을 겪고 있다. 생각 없이 행동하고 나서 후회하고, 행동이 마비된 가운데 결코 일어나지도 않을 행동을 고려하느라 모든 힘을 낭비하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은유적으로 ‘계단의 정신’이라 부르는 프랑스 사람들의 표현을 예로 듭니다. 즉,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간 다음에, 뒤늦게 뭘 할 수 있었을까, 뭘 말했어야 하였을까, 그리고 또 한번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해서 ‘뒤진 꾀’ 즉 행동에 뒤진 엇박자의 생각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문제가 있음을 모두 진지하게 살피고 고뇌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날의 경험을 거울삼아 앞으로 힘차게 나가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잖아도 이제 두어 달 있으면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의 명운을 가름할 만큼 중요한 17대 총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구태를 못 벗어난 그런 총선은 아니어야 함을 모두가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터입니다.

1800 여명의 후보자가 새해 벽두부터 뛰기 시작하여 마침내 4월 15일에 결정이 날 때까지 각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입후보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유권자들도 모두 지금부터 열정을 쏟아 뛰며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뛰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조화를 이루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입후보자나 유권자 모두가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힐먼의 말을 떠올립니다. 지도자의 자질이 어떤 것이어야 하나?!

첫째, 우리 모두는 지도자란 가장 크고, 가장 용감하고, 가장 강건해야 한다는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둘째, 지도자는 집단을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집단의 선천적 의지와 조화를 이루고, 그 의지를 따라주는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지도자의 힘은 행동으로 옮긴 지성에 있으며, 반사적인 대응과 직결된 집중력이 정교하게 조화되어야 합니다. 넷째, 지도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비전을 실현하는 지도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지도자가 되고자 포부를 지닌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농구 코트에서 배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도자에게 큰 과제는 햄릿적인 문화가 계속해서 분리시키는 사고와 행동 이 둘이 지닌 힘을 더욱 더 가깝게 접근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는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도 정치 자금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 큰 사람도 이제는 더 이상 아니어야 합니다. 지도자는 수수할 수도 있고, 서투를 수도 있고, 불확실할 수도 있고, 주춤거릴 수도 있고, 심지어는 겁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요구할 때는 전면에 나서는 사람입니다.

입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하여 뛸 때,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에서 지도자가 되려 하는지를 살피며 뛰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