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유형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성격 검사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성격적인 특성을 발견하면서 자못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좋은 것과 기쁨을 주는 것을 찾았던 이들은 따지고 보면 만족을 얻기 위해 애쓰며 살았던 자신을 재발견한다. 설령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라도, 만족할 때까지 속에서 요청하는 소리가 있다. ‘더 많이, 더 많이!’ 그래서 ‘다다익선 多多益善’이란 말이 익숙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거나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탐닉하며 ‘푹 빠져도’ 만족하지 못하니까, 쉽게 싫증을 느끼며, 또 다른 새 것, 만족할 꺼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마음속에 ‘밑빠진 독’이 있기 때문이다.

#7번 유형은 그만큼 만족을 구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려 한다. 재미있게 놀고, 맛있게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냥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생각이 같거나 성향이 비슷한 이를테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더불어 즐기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끼리끼리 모여 즐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사람도, 그 어머니가 너무 강하거나 무서운 경우에 #7번 성향이 시작된다. 대개 자기 주장이 강한 어머니는 어린 자녀가 선택하며 결정하는 것이 못 미더워서, 일일이 간섭하거나 개입하고 선택과 결정을 어머니가 대신 해준다. 어린 자녀는 그런 간섭이 못 마땅하고 싫어서 거절하면, 어머니는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 #7번 유형으로 자라는 어린이는 일찍이 어머니에게 물건 뿐 아니라 애정 또는 꿈 등 뭔가를 빼앗기는 경험을 한다.

예를 들자면, 엄마가 골라준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입지 않고 있다가 빼앗기는데, 그 옷은 또래 사촌에게 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아우를 보면서 사랑을 빼앗기거나, 피아니스트나 축구 선수가 되려는 꿈을 빼앗기게 된다. 어쨌든 뭔가 빼앗긴 경험이 상처로 남아서, 심리적 박탈감이 생긴다. 아주 특별한 경우는, 어머니가 사랑은 많아도, 어린 자녀와 떨어져 살 경우에도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경험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어린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박탈감은 그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만도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만족할 꺼리를 열심히 찾는 반면에 고통스러운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피하게 된다. 이런 성향이 결국은 탐닉이란 격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격정에 사로잡히면 ‘정신없이’ 만족을 찾아 나서게 되고 꿈을 꾸며 이상향을 쫓듯이 생각이 많은 만큼 어지러워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에서 헤맬 수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7번 유형 가운데 8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불건강한 상태가 되면 탐욕스러움을 나타낸다. 여기에 비하여 성숙하지 못한 6번 날개의 소유자는 인정 욕구가 강하다 못해 중독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7번 유형이 평상심을 지닐 때 8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누구라도 쉽게 사귈 수 있는 코스모폴리탄이 된다. 6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그런 상태에서 방어적인 자세를 잘 취한다. 그러나 #7번 유형이 건강하고 성숙할 때, 6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8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리더쉽을 발휘한다.

이처럼 #7번 유형의 기본 성격은 ‘팔방미인, 만능선수, 척척박사’ 같은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릴 만큼 취미도 능력도 다양한 사람들이다. 미국인들은 ‘엔터테이너’ 또는 ‘모험가’로, 프랑스인들은 ‘대식가’ 또는 ‘미식가’로 부르는 #7번 유형은 날개와 본능의 차이에 따라서 또한 다양한 특징을 드러낸다.

#7번 유형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본능과 자기보존적 본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늘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누군가 ‘통하는’ 사람과 어울리고자 하는 면에서 보면 사회적 본능이 강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자면,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애정을 경험하는 것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어서, 특히 박탈감을 경험한 나머지 끊임없이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기보존 본능이 강하다. 이 때 나타나는 특징은 ‘선택과 그룹’을 형성한다. 자신과 취미나 뜻이 맞는 사람이거나 꿈이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그룹에 소속함으로써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키거나 이겨내려 한다.

가족이나 형제 자매나 가까운 친구들에 대하여 열성적이다.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써클을 방어하며 그들 속에서 필요한 정보도 자극도 받는다. 그런 어울림 속에서 자연히 ‘파티’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 본능은 일찍부터 짝을 이루며 강화된다.

사회적 본능이 강한 #7번 유형은 자기가 속한 그룹을 위하여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열성적이다. 당장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장래를 위한 목표나 비전을 위해서 책임을 느끼며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이런 일을 통해서, 그룹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희생을 달게 받는 특징이 나타난다. 그런만큼 규정에 묶이는 것이나 권위에 눌리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평등을 중시하기에 위도 아래도 없이 모두 대등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어려서부터 공상도 잘하고 환상적인 7번 유형은 뭔가 푹 빠질만한 것이 있으면 매력을 잘 느낀다. 특히 성적본능이 강한 7번은 자신이 좋아할 타입에게서 매력을 잘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잘 한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일을 함께 하면서도,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7번 유형은 환상적이고, 현실도 상상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피하려는 듯이 상대방이나 상황을 로맨틱하게 만든다.

7번 유형의 격정이 탐닉인데 날개와 본능이 어느 쪽으로 강하냐에 따라 특징이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부모가 7번 유형의 자녀에게 친구 사귀는 것을 일찍부터 통제하고, 들어앉아서 공부만 하라고 하면, 아이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화된다. 따라서 사회적 본능이 억제되다 보면, 자기보존 본능과 성적 본능이 강화된다. 바람둥이playboy기질이 강한사람이대개는이런경우라할수있다. 그러나 #7번 유형이 자신의 격정을 인식하고, ‘맑은 정신’의 덕목을 향하여 변화를 시도하며 자기 수련을 열성가답게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에다 지칠 줄 모르고 노력하는 특성이 더해지면 #5번 유형의 장점을 향하여 통합된다. 철저한 자기기억과 자기관찰을 수행해 나가면, 누가 따라가기 힘들만큼 발전하고 성숙한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나 중세의 성인 프란시스코, 현대의 음악가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다.

격정을 결함으로 봐서도 안 되고 부정적으로 대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 7번 유형은 탐닉을 컨트롤하면서 그 방향을 틀어잡는다. 독서와 사색에 탐닉할 정도로 깊이를 더하게 되면, 놀라운 변화와 성숙이 이루어진다. 단점이 장점으로, 격정이 덕목으로 변화되어 갈 때 7번 유형은 왕성한 에너지에 맑은 정신과 상상력과 창의성이 더해져서, 정말 멋있게 ‘진화’한다. 스스로 행복할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더 큰 공동체를 의식하게 되면 멋진 리더쉽을 발휘하며,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 ‘황홀하게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감사하게 된다.

에니어그램 격언

김영운 목사님께서 적으시는 매일의 묵상입니다.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24 : 담대할 때, 희망은 힘이다. 의심이 들 때, 희망은 비겁이다. 두려움이 있을 때, 희망은 약점이다. Hope, when bold, is strength. Hope, with doubt, is cowardice. Hope, with fear, is weakness. 명상 25 : 명심하라. 수련은 수련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수련은 오직 수단일 뿐이다. Remember that work is not for work's sake but is only a means. 명상 26 :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젊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배움의 기쁨을 신선하게 간직하는 사람은 영원한 젊은이다. To be able to learn is to be young, and whoever keeps the joy of learning fresh is forever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