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은 스스로 선을 행하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하여 덕을 세우는 법입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살만한 환경과 공동체를 위하여 살아가며 ‘공동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누구의 지시나 명령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강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공동선’이란 말을 쓰기로 하면 거기에는 적어도 몇가지 기본 조건을 생각하게 됩니다. ‘공동선’을 이루는 사람은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책임감을 지니고 행동합니다. 따라서 자기이익과 남의 이익은 물론 나아가서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살아가는 ‘공동체인 person-in-community’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숙한 사회는 이와 같은 공동체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라 할 것입니다. 자발성과 자율성과 책임성이 높은 사회입니다. 그런 만큼 규제는 완화되든가 가능한 만큼 철폐되는 사회일 것입니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누구의 눈치를 살필 것도 없고 지시를 받을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없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분위기는 아직도 성숙하다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먼 느낌입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국가청렴도가 150 여 나라 가운데 40 몇 등이라니 말입니다. 그들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수준이나 국민 총생산의 순위와 단순히 비교만 해봐도 느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직성의 수준이 결국은 규제의 수준에 반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국민 개개인의 정직성과 국가청렴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월드컵 축구 시합에서 우리의 성숙한 모습입니다. 4년 전의 2002 월드컵 때 태극전사와 붉은 악마와 광장과 거리의 응원단이 보여준 자발과 자율, 거기에 더하여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열정! 이번에 다시 한번 2006 독일 월드컵 때 보여준 우리의 모습은 유별난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독일 원정까지 간 응원단과 더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땅에서의 거리 응원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온 세계 앞에 보여 주었습니다. 단순한 승부욕에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 무턱대고 남을 이기려는 경쟁심의 발로도 아닙니다. 우리네 특유의 ‘무조건적 사랑’의 표현에 다름 아닙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새롭게 자각할 일입니다. 국민 스스로 성숙함과 무조건적 사랑을 의식하며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산업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성숙도를 무섭게 의식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법을 집행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이를 의식하며 각인해야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숨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저능아처럼 대하는 교사가 없어야 하는 것처럼, 성숙한 시민을 미숙한 사람으로 대하는 지도자는 더 더욱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각 부처의 공무원들의 수준이 결코 낮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급속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사회 각 분야가 정부보다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자발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경영 마인드에다 첨단 지식과 기술을 살리고 있는 터입니다. 아무래도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정부 조직의 속성을 감안할 때 타율성과 규제에 익숙한 그 조직 내부에서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그렇듯이 교회도 학교도 굳은 체제가 되어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면 통제와 규제를 앞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불행히도 그런 속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체제는 굳어지고 환경은 질식할 상태로 ‘오염’됩니다. 소통은 막히고, 자율성이 떨어지고, 타율성이 높아지면 그보다 더 자발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정부를 비롯한 각종 체제와 조직의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규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번트 리더’로서 ‘지원’하고 돕는 자세로 대전환을 이룰 때 이미 성숙함을 세계만방에 드러낸 시민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자율성과 자발성과 책임성에다 열정을 더하여 ‘신나는 공동체, 멋진 삶’을 세계 앞에 펼쳐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