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61조 규정이 ‘일반인이 안마사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은 이른바 ‘생존권사수’라는 이름으로 정부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전국적인 집회와 시위는 물론이고 지난 5월 29일부터 마포대교 중간의 난간에서 근 20여일이 넘게 생사를 넘나드는 농성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두 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집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장애인 관련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유시민 장관이 마포대교 농성장을 방문해 농성을 중단하고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련해 사회적으로도 찬반의 양론이 있습니다. 다변화 사회에서 안마업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락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대책이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형편과 경쟁구도에 머무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처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사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수년간 안마업과 관련해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이른바 스포츠마사지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안마사 단체에서는 스포츠마사지업자들을 대상으로 마사지업을 불법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고발 등의 조처들을 주기적으로 취해왔고 이들은 법원의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일반화 될 정도로 큰 시장이 된 스포츠마사지업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정 노력과 헌법소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고 그 와중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과 물리적인 충돌까지 수차례 벌인바 있습니다.

지난 2003년 6월에 이러한 갈등 와중에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법안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었고 이 판결이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위헌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포대교 난간에 의지해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며 예견된 사건임에도 우리 사회와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나 하는 착잡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입니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정부는 문제가 터졌을 때만 호들갑을 떨며 당장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같이 담당자들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각장애인들을 보호한다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지원금과 더불어 복지관 위탁, 시각장애인 관련 지원사업에 길들여져 정작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의식이나 대응을 외면했기에 사태가 이지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이러한 문제점이나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정부와 헌법재판소만 탓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목숨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농성을 벌인다고 해서 헌법재판소가 그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와 당사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대적 추세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시각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면의 직업군을 개발하고 지원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막아야 할 것입니다.